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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해외 나가면 돈 어디에 쓰나

입력 | 2006-06-03 03:05:00


한국인의 해외 소비는 국가별로 소비 행태가 정형화된 특징을 보인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특정 국가로 나간다는 뜻이다.

신용카드 사용액에서 호텔비와 항공료 등을 빼면 지역에 따라 북미는 교육비, 동남아시아는 관광, 홍콩은 쇼핑 등으로 뚜렷하게 갈라진다.

본보는 올해 1∼4월 비씨카드 소지자의 해외 신용카드 사용 현황을 조사해 사용액이 많았던 상위 15개국에서 금액 기준으로 10대 사용처를 뽑아냈다.

남미, 서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국가는 한 곳도 상위 15개국에 들지 못했다. 이들 지역 국가 가운데 4개월간 비씨카드 회원의 신용카드 사용액이 20억 원을 넘은 곳은 하나도 없었다.

○ 골프와 레크리에이션은 중국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한국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2) 씨는 지난달 현지에서 골프장 회원권을 샀다.

이 씨는 “중국 골프장을 찾는 한국인이 최근 크게 늘었다”며 “조만간 중국에서도 한국처럼 골프장 회원권이 중요한 재테크 수단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보 조사 결과를 보면 이 씨의 생각을 수긍하게 된다.

조사 대상 15개국 가운데 중국에선 ‘회원제 스포츠클럽’이 유일하게 신용카드 사용액 10위 안에 들었다. 어느 나라에서나 회원제 스포츠클럽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쓰는 곳은 바로 골프장이다. 한국인에게 중국 골프 붐이 불고 있음을 보여 준다.

4개월 동안 중국의 회원제 스포츠클럽에서 한국인이 비씨카드로 계산한 금액은 12억 원. 건당 평균 28만 원이다. 중국에서 골프장을 이용하려면 1인당 6만∼10만 원이 든다.

중국에선 또 ‘레크리에이션’이라는 특이한 항목이 순위에 포함됐다. 패키지여행을 떠날 때 ‘옵션’에 해당하는 항목이라는 게 여행사의 설명이다. 스쿠버다이빙, 수상스키, 승마, 실내 골프연습장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는 관광 관련 지출이 순위에 들었다. 기념품점이 대부분 높은 순위에 올랐고 술집도 빠지지 않았다.

○ 몸이 아플 땐 싱가포르와 호주

싱가포르는 국가 차원에서 ‘의료 관광’ 유치에 나서 지난해 40만 명의 외국인 환자를 유치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한국인으로 추정된다. 의료 서비스가 개방돼 있어 미국과 영국 등의 의사들이 싱가포르에서 개업하는 사례도 많다.

KOTRA 싱가포르무역관 김현아 과장은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싱가포르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높고, 인구 대비 병원 수가 많아 병원에 예약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짧다”며 “이런 장점 때문에 최근 싱가포르를 찾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도 마찬가지. 지난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서 의료 서비스가 개방돼 호주 병원을 찾는 한국인이 늘었다고 한다.

싱가포르와 호주는 미국이나 영국 같은 의료 선진국보다 거리가 가깝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비용이 싼 게 장점이다.

○ 교육과 학술은 구미 선진국

북미의 미국과 캐나다는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유학 지역. 두 나라 모두 ‘대학 학비’ 항목이 호텔과 항공사를 제외하면 1위였다.

같은 영어 사용권인 호주와 영국도 대학 학비가 상위권에 올랐다.

사설 어학원 등이 포함되는 ‘교육 서비스’ 항목도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영어권 국가에 단기 어학연수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다만 전문지식을 다루는 학술서적이나 해외 간행물 구입은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언어와 상관없이 역사가 오래된 선진국에 고루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비는 ‘인터넷 및 우편 판매’ 항목으로 분류된다. 한국인의 유학 역사가 짧은 캐나다와 호주에선 이 항목이 순위에 들지 않았다.

○ 한국인의 쇼핑지도

홍콩과 이탈리아에서는 멋에 취했다.

홍콩에서 4개월간 옷과 구두, 가죽 핸드백 등을 사기 위해 쓴 신용카드는 43억 원, 이탈리아는 29억 원이다. 두 나라 모두 이런 소비가 상위 10대 사용처 카드 사용액의 절반에 이른다.

이탈리아와 홍콩에선 종류별로 모든 의류를 갖춰놓은 백화점 등과 함께 남성복이나 여성복만 파는 이른바 의류 전문점을 찾은 사람이 많았다. 홍콩에선 여성의류 전문점에서 9억 원을, 이탈리아에선 남성의류 전문점에서 2억 원을 썼다.

프랑스는 유일하게 화장품이 상위권에 올랐다. 이 기간 프랑스에서 총 6억 원어치의 화장품을 신용카드로 샀는데 건당 31만 원이 넘는다.

일본에선 가전매장이 높은 순위에 올랐다. 건당 20만 원 수준으로 총 23억 원이 넘었다.

뉴질랜드에선 ‘카펫’ 항목이 순위에 올랐는데 특산품인 ‘양털 카펫’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