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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與 수도권 국회의원 70% “고건-민주당과 연대”

입력 | 2006-06-05 03:00:00

적막 감도는 與중앙당사 회의실4일 적막감만 도는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 중앙당사 지도부 회의실. 1일 오전 정동영 의장이 사퇴한 이후 후임 당 지도체제를 둘러싸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서 6일까지 당 지도부 회의 일정이 전혀 잡혀 있지 않다. 연합뉴스


《5·31지방선거에서 전례 없는 참패를 당한 열린우리당의 수도권 국회의원 상당수가 민주당 및 고건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는 정계개편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원은 이반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당 해체 검토’나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같은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본보 정당팀이 서울 인천 경기에 지역구를 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72명을 대상으로 2∼4일 긴급 전화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이 조사에는 40명이 응답했으며 내각에 들어가 있는 4명을 포함해 24명은 응답을 거부했다. 8명은 외국에 머물고 있는 등의 이유로 연락이 되지 않았다.》

▽“통합 없으면 미래 없다”=응답 의원 40명 중 28명(70%)은 통합론에 찬성했다. 이 중 10명은 ‘열린우리당+민주당+고 전 총리’라는 3자 연대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5명은 3자 연대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고 전 총리를 전면에 내세운 ‘인물 중심 통합은 반대한다’고 했다. 2명은 ‘열린우리당이 반드시 통합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밝혔다.

통합론에 찬성한 의원 중에는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현실적으로 아직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아직 대통령선거까지 1년 반가량 시간이 남아 있는 데다 3자 연대가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초선 의원은 “고 전 총리의 지지도가 거품이어서 언젠가는 꺼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기본으로 한나라당의 소장 개혁세력, 민주노동당의 우파세력, 시민사회운동세력을 아울러야 기반이 튼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계개편의 방향에 있어 한나라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는 의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통령과 계속 ‘한 배’ 탈까=선거 패배의 책임 소재를 놓고 ‘대통령과 당의 공동 책임’(21명)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9명)였다. ‘대통령은 전혀 무관하다’는 답변은 한 명도 없었고 ‘누구의 책임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는 응답자가 6명이었다.

책임의 비중이 어느 정도이든 대다수 의원이 노 대통령이 이번 선거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견을 낸 셈이다.

앞으로의 당정 관계를 묻는 질문에도 ‘당이 전면에 서야 한다’는 답이 20명이나 됐다. 비록 소수지만 ‘대통령이 탈당하고 정부와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는 의견도 6명이었다. 지금의 당정 분리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과 당정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2명씩이었다.

지방선거 패배의 원인으로도 ‘대통령을 포함한 여권 인사들의 독선적인 언행과 태도’를 꼽은 의원이 16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14명이 ‘부동산, 세금 분야 등 민생경제정책 실패’를 들었다. 정책을 집행하는 태도와 정책의 내용 모두 문제가 있었다는 얘기다.

경기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노 대통령이 ‘국민이 주인’이라고 해 놓고 왜 국민 대접을 제대로 안 하느냐는 불만이 많다. 개혁이라고 맹목적으로 끌고 가는 오만한 모습이 싫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의원은 “부동산, 세금 문제에 대해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전방위적 불만을 품게 만들었고 이는 어쨌든 대통령의 책임이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당 해체까지 검토해야”=열린우리당의 진로에 대해 응답 의원 40명 중 7명은 ‘당 해체도 검토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설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간판으로는 안 된다는 게 확인됐는데 뭘 망설이느냐”고 목소리를 높인 의원도 있었다.

물론 ‘현재의 당 골격을 유지해 잘 추스르면 반전의 기회가 올 것’이라는 응답이 12명으로 가장 많았다. 당 해체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견해도 8명이었다. 한 의원은 “판을 새로 짜야 하는데 당을 해체해 버리면 정계개편의 객체가 돼 버려 힘이 더 약해진다”고 말했다.

‘당의 체제는 유지하되 정책과 노선을 수정해야 한다’는 절충적 의견도 9명이었다.

의원들은 대체로 당을 ‘중도’로 자리매김하는 게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반면 개혁 성향의 한 386 의원은 “창당 초기에 내걸었던 개혁 정신을 그대로 이끌었으면 오히려 혼란 없이 연착륙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참패의 원인을 묻는 질문에서 ‘개혁의 정체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고 답한 의원은 4명에 불과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