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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의 열기 속으로]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

입력 | 2006-06-06 03:02:00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라 삶의 방식이다. 축구 클럽들은 국가나 대륙의 위치로 나뉘지 않는다. 그것들은 사회 계층과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대신하며 종교보다 더 독실한 믿음을 강요하기도 한다. 축구에는 야구나 테니스 경기와 달리 역사의 무게가 실려 있기 때문이다.―본문 중에서》

“축구는 너희에게 무엇이냐?”

얼마 전부터 TV에서 방영되고 있는 모 통신회사의 광고에서 차범근 감독이 후배들에게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바야흐로 월드컵 시즌이다. 각종 매스미디어는 차 감독의 목소리와 선수 시절 사진들이 담긴 광고뿐만 아니라 현재의 월드컵대표팀 스타들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축구 경기 자체를 소재로 삼아 자신의 이미지를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터넷의 각종 포털 사이트도 경쟁적으로 축구 관련 마케팅을 하느라 분주하다. 거리로 나서 보면 여기저기서 독일 월드컵에서의 선전을 당부하는 격려문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우리(자신을 축구팬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차 감독이 던진 질문에 대해 한번쯤 진지하게 생각해 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과연 축구는 우리에게 무엇일까? 축구가 과연 무엇이기에 2002년 뜨거운 여름날 수백만 명의 국민이 모두 붉은색 옷을 입고 거리에서 덩실덩실 춤을 추게 했을까. 무엇 때문에 우리는 그렇게 환희의 눈물을 흘렸고, 다시 그런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서도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는 걸까.

‘축구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는 이런 질문들에 직답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답을 구할 수 있는 힌트 정도는 던져 주는 책이다. 축구에 ‘열광’의 정도를 지나 ‘미쳐’ 있다고 할 만한 사회와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하며 축구의 사회학적인 측면을 들여다본 저자의 관점이 일반적인 축구 이야기들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아니 축구를 통해, 축구에 푹 빠져 있는 국가와 사회를 해석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화와 지역주의라는 시대적 명제에 대해서도 답을 구하는 태도는 진지하기까지 하다.

저자는 세르비아몬테네그로와 크로아티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등으로 분리 독립한 옛 유고슬라비아의 명문 클럽 레드스타 베오그라드와 1990년대 초반 벌어졌던 유고내전의 처참한 인종분쟁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스코틀랜드의 양대 명문 클럽인 셀틱과 레인저스의 더비매치 이면에 자리 잡은 신·구교의 갈등은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발로 뛰며 파헤쳤다.

그 밖에도 훌리건이라는 말의 시초가 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훌리건들과의 만남이나 펠레를 모티브로 한 ‘축구 왕국’ 브라질의 어두운 뒷면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책을 다 읽고 나면 두 가지 정도의 생각이 머리에 떠오른다. 20쪽 남짓한 규정집 하나에 따라 200여 나라에서 이뤄지고 있는 축구라는 스포츠는 이제는 경제, 문화적으로 한 사회를 대표하는 코드로 자리 잡았다는 점이 그 첫 번째다. 그리고 곧 ‘그렇다면 한국은?’이라는 질문이 뒤따른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국가대표팀에만 집중된 국민의 높은 관심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하는 호기심이 바로 그것이다.

추연구 FS코퍼레이션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