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자 A29면에 게재된 ‘EEZ, 일본의 떼쓰기 전략에 휘말리지 말아야’라는 글을 읽고 이 글을 쓴다. 이달 중순에 재개되는 한일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획정 협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는 독도 영유권 문제와 이 문제를 분리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독도 기점 대신에 울릉도로부터 EEZ 범위를 기산하는 지금까지의 입장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최근 일각에서 정부의 이런 입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논리가 집요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런 주장을 들여다보면 한국이 일본과의 EEZ 경계 협상에 있어서 독도 기점을 주장하면 일본이 제주도 인근 수역에서 단조(男女)군도와 도리시마(鳥島) 섬으로부터, 그리고 일본 열도의 동남쪽에 떨어져 있는 섬 오키노토리(沖ノ鳥)로부터 200해리 수역을 주장하게 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게 되며 결국 국익에 손해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한국이 독도 기점을 포기할 경우 일본이 그 단조군도와 도리시마 섬, 오키노토리 섬으로부터 200해리 수역을 주장할 수 없도록 요구할 수 있는 법률적인 권리나 주장의 근거를 획득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그러나 해양법상 어떤 섬이 200해리 관할수역을 가질 수 있느냐의 판단은 개별 섬에 대한 국제법이 정하는 법적 기준에 관한 판단이다. 특정 국가 간의 동가상환(同價相換)의 관계는 아니다. 예컨대 중국도 일본이 오키노토리 섬으로부터 200해리 관할수역을 주장하고 있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것이 유엔 해양법 협약에 근거를 두고 있음을 강조할 뿐, 중국이 어떤 섬에서 200해리 관할수역을 포기하였으니 일본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을 하지 않는다. 비슷한 사안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논리 구조가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태도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 관한 어려운 논의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국제법 법리상 이런 접근은 용납될 수 없다. 일본도 한국의 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한국의 외교 당국은 알아야 할 것이다. 독도문제에 관한 한 이제 아무런 대책 없이 파국을 기다리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한일 간 EEZ 경계협상의 딜레마를 극복하고,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토 주권을 지키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으로 나서는 길뿐이다.
김영구 려해연구소장 전 대한국제법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