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韓 “섬유 열어라” vs 美 “쌀 예외없다”

입력 | 2006-06-06 03:02:00

“FTA 반대” 워싱턴 원정시위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반대하는 원정시위대가 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주변 도로에서 영문으로 ‘FTA가 노동권을 파괴한다’ ‘미군 철수’ 등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든 채 누워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이 5일 오전 9시 30분(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공식 시작됐다. 김종훈 한국 측 수석대표와 웬디 커틀러 미국 측 수석대표는 이날 워싱턴 17번가에 있는 미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17개 협상의 양국 분과위원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협상의 성공을 다짐하는 악수를 했다. 하지만 자국의 이해를 최대한 지켜 내야 하는 양국 협상단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라”

양국 협상단은 첫날부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였다.

최석영 주미 한국대사관 경제공사는 “미국이 한국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한 미국대사관 공보처에서 한미 FTA와 관련한 한국의 언론보도 내용을 빼놓지 않고 번역해 매일 미 상무부와 USTR에 보내고 있다는 것.

USTR는 이날 한국이 양국의 협정문 초안을 공개하고 1차 협상 과정을 브리핑하기로 한 데 대해서 불만도 털어놓았다. 협상 중인 사항을 공개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은 한국대로 미 의회가 양국 FTA와 관련된 각종 이슈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지 않도록 사전 정지작업을 벌여 왔다.

최 공사는 “2월 한미 FTA 협상 개시 선언 이후 이태식 주미대사가 100명도 넘는 미 의회 의원들을 만나 설득 작업을 해 왔다”고 전했다.

○ “협상 중단하라”vs“개방 예외없다”

협상 개시를 전후해 각종 이해단체와 시민단체의 압력이 쇄도했다.

한국에서 건너온 한미 FTA 저지 원정시위대 40여 명은 미국 내 반전 및 반세계화 단체와 한인단체 관계자 100여 명과 연계해 4일부터 백악관 주변의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USTR 건물을 연결하는 도로와 공원에서 ‘협상 중단’을 요구하며 가두시위와 집회를 벌였다.

워싱턴 경찰은 시위가 진행되는 동안 시위대 앞에 순찰차를 배치해 행진을 선도했으며 사전에 경찰과 합의한 대로 시위가 진행돼 충돌은 없었다.

반면 미국 업계는 똘똘 뭉쳐 ‘예외 없는 포괄적 FTA’ 체결을 주장했다.

주한미상공회의소(AMCHAM)와 미한재계회의는 이날 ‘한미 FTA 정책보고서’를 내고 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자유무역 체제에 입각해 포괄적으로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한재계회의 사무국장은 “한미 FTA가 통신, 금융, 법률 등 서비스 시장 개방은 물론이고 농산물 교역도 포괄적으로 다뤄야 한다”며 “미국 농산물과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수입차에 대한 반감을 없애도록 노력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약속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개성공단, 농산물 등 5대 쟁점

한국 협상단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문제 △쌀 등 초민감 농산물의 협상 대상 제외(이상 한국 측 주장) △금융, 법률 등 서비스시장 개방 △자동차 세제와 의약품 관련 한국 내 법·제도 개선 요구 △미국의 자국 섬유시장 보호조치(이상 미국 측 주장) 등이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미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의견 조율이 가능한 내용을 ‘단일 문안’으로 정리하고 의견 차가 큰 분야는 양측 의견을 함께 적은 ‘통합 협정문’을 작성해 2차 협상을 위한 기초 자료를 만들 예정이다.

하지만 양국이 지난달 19일 교환한 협정문 초안에서 작지 않은 의견 차를 보여 이번 협상에서 얼마나 많은 단일 문안을 성사시킬지 미지수다.

한국은 특히 쌀 등 민감한 농산물 시장은 절대로 내줄 수 없고 배기량 기준으로 되어 있는 자동차 세제도 개편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반면 미국은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불가와 섬유산업 보호조치를 고수하고 있어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 공사는 “협정문 초안은 시작 단계에서 최대치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초안 내용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