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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세력… 양심세력… 통합 안되는 ‘통합론’

입력 | 2006-06-06 03:03:00


5·31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후 정치권 여기저기서 세력 통합을 통한 정계개편론이 터져 나온다. 현재 고건 전 국무총리의 ‘중도실용주의연대’ 등 5, 6가지가 넘는 통합 방안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7월 중 희망한국국민연대(가칭)의 발족을 공언한 고 전 총리는 4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현 정치권이 꿈을 담아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이 필요하며 그런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고 밝혔다. 극좌와 극우를 배제한 모든 세력을 아우르는 통합을 이뤄 내겠다는 구상인 것.

정치권에서는 즉각적인 반응이 나왔다. 한나라당 대선주자 중 한 명인 손학규 경기지사는 5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시류에 따라 자기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를테면 여기저기 눈치를 보는 정치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가 말하는 ‘중도’의 의미도, 누구와 통합하자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중도라는 말 자체가 종종 ‘사쿠라’ 논쟁으로 이어졌던 과거에 비하면 고 전 총리가 ‘중도 통합’을 공론화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치문화의 발전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열린우리당 정장선 의원은 “중도통합론은 보수 일색, 또는 개혁 일색에서 벗어나 좌우의 균형을 잡아 가겠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며 “중도 통합은 달리 말하면 제3의 길인데, 전 세계적으로 제3의 길은 대세”라고 말했다.

고 전 총리뿐 아니라 통합론 또는 정계개편론을 제기한 주요 정치인 대부분이 표현은 달라도 사실상 중도 통합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방선거 기간 주장한 ‘민주평화개혁세력 대통합론’의 경우 정 전 의장 스스로 “중도실용주의 세력을 묶는 ‘반한나라당’ 정치연대”라고 부연 설명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최고위원이 주장하는 ‘범민주양심세력 대연합’도 고 전 총리를 포함하는 연대구상이라는 점에서 중도통합론의 지류로 볼 수 있다. ‘386 운동권’인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도 ‘반한나라당 중도개혁 통합’을 주장한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DJP(김대중·김종필) 연대처럼 호남·충청권을 묶는 서부벨트 전략도 필요하면 추진하겠다”며 ‘중도개혁세력 통합연대’를 언급했다.

결국 모든 통합론이 최소한 이념적으로는 중도를 지향하고 있는 것. 그러나 문제점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반한나라당’ ‘서부벨트’를 거론하는 데서 보듯, 정파적 지역적 편협성이 강하다는 것. 또 내세우는 명분과 달리 실질적으로는 자기 정파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합을 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심지연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의 중도통합론은 사회 통합을 위한 방안으로서가 아니라, 정략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장집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그의 저서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서 “민주화 이후 정당의 정치 엘리트들은 마치 주식투자자들처럼 자신의 정치적 자산의 가치 변동에만 관심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