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쓸지 또 어떻게 내용을 연결할지 생각을 짜내고 고심하는 개요 작성의 과정이 대입 논술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지난번에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개요를 어떤 방법으로 작성할지 생각해볼까요? 사실 개요 작성에는 특별한 비법이 따로 없습니다. 취향과 능력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요는 자기 스타일에 맞는 방법으로 짜면 됩니다. 그런데 자기 스타일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많이 해봐야 알 수 있겠지요. 아직 자기 스타일을 확인 못한 왕초보 친구들도 일반적인 방법으로 개요를 작성하다 보면 자기 스타일을 알 수 있는 때가 올 것입니다. 그럼 일반적인 방법은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개요 작성은 두 단계를 밟아야 하는 작업입니다. 우선 ‘무엇을’ 쓸 것인지 고민하면서, 작품의 재료를 확보하는 작업입니다. 이미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논지와 논거를 구체화할 수 있는 내용이면 무엇이든 수집해 보는 것입니다. 다음은 ‘어떻게’ 쓸 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재료들을 결합하여 조립하는 작업입니다. 연관된 내용들을 묶어서 크게 몇 개의 논의를 어떤 순서로 배치할지 고심해 보는 것이지요. 이런 과정을 밟아 나갈 때, 주의할 점을 세 가지만 추려보기로 합시다.
첫째, 꼭 서론-본론-결론 순서로 개요를 작성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순서는 글의 서술 순서이고, 개요는 글을 구성하기 위해 생각하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생각의 순서가 글을 서술하는 순서와 반드시 똑 같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결론-본론-서론의 순서로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논지를 설정하고 논거를 마련하였으므로 그 순서에 따라서 먼저 내가 제시할 결론 부분을 정리하고, 다음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논증하기 위하여 본론을 몇 단락으로 구성하고 각각 어떤 내용을 배치할 지를 결정하면 됩니다. 그런 다음 마지막으로 그러한 본론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는 서론의 내용을 정리해 보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군더더기 표현이나 장황한 내용이 쓸데없이 서론을 차지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할 수 있습니다.
둘째, 화제개요이든 문장개요이든 형식에 상관없이 실제로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는 개요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결된 문장의 형태로 개요를 작성한 것을 문장개요라고 하고, 핵심 어귀나 단어로 개요를 작성한 것을 화제개요라고 합니다. 물론 대입 논술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바람직한 것은 화제개요를 짠 다음 이를 가급적 완결된 문장의 형태로 보완하여 문장개요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연습장에 답안을 완성시켜서 답안지에 옮겨 쓰면 가장 완벽하겠지만 이것은 시간의 제한이 있는 대입 논술에서는 위험한 방법입니다. 대신 꼭 써야할 내용을 자세한 문장개요로 짜고, 이를 활용하여 답안을 바로 써 가면 시간도 아끼면서 답안을 의도한대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현장에서 실수할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꼭 이 방법을 고집할 필요는 없습니다. 개요는 글을 쓰는 데 필요한 계획표일 뿐이지 남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실제 개요를 작성할 때는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어느 한쪽을 택해서 작성해도 좋고, 둘을 섞어서 작성해도 무방합니다. 다만 주제가 단순할 때는 화제개요로 작성해도 부담이 덜하지만, 주제가 복잡하거나 어려울 때는 문장개요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습니다.
셋째, 개요 작성에 충분한 시간을 투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제한된 시간 때문에 개요 작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전체 작성 시간의 1/4 정도는 필요합니다. 개요를 제대로 자세하게 작성하면, 여기에 살을 붙여서 글을 완성시키는 데에는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논술은 남을 설득시키는 글이며, 비판적인 독자까지 설득할 수 있는 글일수록 좋은 논술 답안이 됩니다. 그런데 면밀하게 미리 계획하여 작전을 짜지 않고는 좋은 답안을 쓰기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개요 작성 단계에서 승부수를 던지는 것이 승리를 위한 비결입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 EBS 논술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