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연 기자
《왼쪽 눈썹과 아랫입술 밑에 하나씩 한 피어싱, 머리카락이 하늘로 치솟는 듯한 ‘아폴로 파마’, 무지갯빛 티셔츠에 형광빛 운동화…. “남들과 똑같은 게 제일 싫다”는 그는, 확실히 튀었다. 지난달 17일 치러진 동아무용콩쿠르에서 대상을 차지한 류장현(23·세종대 무용과 대학원) 씨. 당시 독특한 ‘바가지 머리’를 하고 무대에 섰던 그는 불과 5분짜리 공연인 자신의 작품 ‘지워지지 않는 이름… 위안부’로 콩쿠르 심사위원과 관객을 사로잡았다. 한영애가 부른 ‘따오기’에 맞춰 끝을 맺은 마지막 대목에서 관객들은 그가 온몸으로 전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픈 삶에 마음 아파했다.》
“콩쿠르에서는 기교 위주의 춤을 추지만 저는 이야기 전달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바가지 머리’도 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어릴 적 순수한 소녀 시절,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상징하기 위한 ‘설정’이었죠.”
그는 7명의 심사위원에게서 고르게 높은 평가를 받아 현대무용 남자 부문 금상을 수상했고 이어 각 부문 금상 수상자끼리 다시 겨뤄 뽑는 대상마저 거머쥐었다. 그에게 만점을 주었던 김혜정 (단국대 무용과)교수는 “개성이 뚜렷하고 표현력과 창의력이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금상 소식을 듣고 펑펑 울었어요. 교수님도, 선배 형들도 같이 울고. 금상 탄 후 대상은 오히려 덤 같았어요. 금상은 제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상이니까요.”
▶동아무용콩쿠르 대상 류장현(현대무용 남자부문)>
▶2006 동아무용콩쿠르 수상작 동영상 전편 감상
동아무용콩쿠르의 하이라이트는 군 면제 혜택이 주어지는 금상을 놓고 벌이는 남자 무용수끼리의 불꽃 튀는 경쟁이다.
“운동이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군대에 가도 상무나 군악대가 있지만 남자 무용수들은 정말 갈 곳이 없어요. 무용을 할 때 쓰는 근육은 흔히 운동을 해서 얻는 근육과는 전혀 다르거든요. 남자 무용수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는 제도를 없애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럼 남자 무용수들은 설 땅이 없어지는 거죠.”
그는 동아콩쿠르에 앞서 대학 시절 이미 10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무용계에서는 꽤 이름이 알려졌다. 출연한 무용 작품만도 100여 편.
아직 현대무용을 보러 오는 관객은 적다. 무용수들의 삶도 고달프다. 사회의 편견 어린 시선과도 싸워야 하는 남자 무용수의 삶은 더 그렇다. 그가 무용단 활동으로 버는 돈은 연 1000만 원 안팎. 나머지는 레슨과 학원 교습 등 ‘부업’을 해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산다는 자부심이 있어 행복해요. 제 좌우명이 ‘지금 이 순간을 잡아라’예요. 춤추는 순간엔 그 말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죠.”
그의 궁극적인 꿈은 안무가다.
“춤 제목이 ‘커피’면 춤도 ‘커피’임을 관객이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춤이 대부분이잖아요. 저는 추상적인 춤 대신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춤을 추고 싶어요. 춤을 보고 멋진 이미지 하나를 마음에 새기면 좋고, 메시지까지 가져가실 수 있으면 더 좋고요. 예술이 뭐, 별 건가요?”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