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일 제12차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추위)에서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 시험운행 실시를 전제로 북측에 의류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경공업 원자재 8000만 달러(약 754억4000만 원)어치를 유상 제공하기로 했다.
남북은 5일 저녁부터 제주 서귀포시 롯데호텔에서 밤샘 협상을 한 끝에 6일 오전 6시 반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남북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 합의서(경공업 합의서)’를 ‘조건이 조성될 경우’ 발효시킨다는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했다.
남측 경추위 대변인인 통일부 김천식 남북교류협력국장은 브리핑에서 “합의문의 ‘조건이 조성될 경우’라는 표현은 열차 시험운행 실시를 의미한다. 북측이 이를 인정한 회의록이 있고 남측은 전체회의에서 다시 이 부분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 군부는 남북 열차 통행을 위한 군사보장 조치의 조건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어 합의 이행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북측은 당초 시험운행과 원자재 제공 문제를 연계하지 말라고 요구하다 이날 새벽 “시험운행 무산 재발 방지를 위해 시험운행을 확정짓는 합의가 필요하다”는 남측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설명했다.
남북은 이날 채택한 경공업 합의서에서 대북 원자재 유상 제공 시점을 ‘올해 8월부터’로 잠정 합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8월 이전에 북한 군부가 군사보장 조치를 취하지 않고 시험운행이 성사되지 않으면 원자재 제공 시기는 시험운행 실시 때까지 미뤄진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제주발 기사에서 “쌍방은 6·15북남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맞게 북남 경제협력사업을 민족 공동이익의 견지에서 더욱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문제들을 협의하고 합의문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서귀포=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