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의 ‘일등공신’으로 평가되는 열린우리당 정대철(사진) 상임고문이 “보이스카우트도 현 정부처럼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쓴소리를 했다.
3일 밤 서울 여의도에서 정동영 의장의 사퇴로 불거진 지도부 공백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당 중진 모임에서다. 이 자리엔 이해찬 전 국무총리, 김덕규 전 국회부의장, 임채정 문희상 유재건 이부영 이용희 유인태 이미경 홍재형 의원 등 전직 당 의장과 상임고문 등 12명이 참석했다.
정 고문은 참여정부의 일방통행식 개혁정책 강행이 5·31지방선거의 참패를 초래했다고 분석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정 고문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했지만 이 정부는 앞으로도 별로 개의치 않을 것이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고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고문은 또 “이 정권에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언로(言路)가 막혀 있으니 말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답해하면서 “어렵지만 여러분이라도 정권과 소통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그는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 등 당내의 다양한 통합 논의와 관련해서도 “지금 열린우리당은 통합을 논해서는 안 된다. 여당으로서 실력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지금 통합을 얘기하다가는 오히려 흡수돼 버리고 만다”고 했다.
정 고문은 최근 ‘희망국민연대’(가칭) 결성 계획을 밝히며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꾀하고 있는 고 전 총리에 대해 “그가 집을 잘 짓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는 것.
동석했던 한 중진 의원은 “정 고문이 옳은 소리를 했다고 본다. 참석자 상당수가 그의 지적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정 고문은 또한 “장면 정권처럼 노무현 정권이 무능하고 혼란한 민주 또는 진보정권으로 낙인찍힌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며 “요즘 상황에서 노 대통령의 심경이 어떨지 모르니 ‘심기관리조’라도 보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최근 만난 한 의원이 전했다.
지난달 14일 미국 유학을 떠나 내년 5월 귀국할 예정이던 정 고문은 며칠 전 장남 호준 씨의 결혼을 앞두고 일시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고문은 귀국 이후 열린우리당과 고 전 총리의 연대 필요성을 제기한 신계륜 전 의원과도 만났다고 한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