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강서구 등촌동 스카이바둑TV 스튜디오에서 국수전 50기 기념으로 열린 역대 국수 초청대국 결승전. 서봉수 9단(왼쪽)이 조훈현 9단을 상대로 20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우승했다. 김재명 기자
‘된장 바둑’ 서봉수 9단이 국수전 50주년을 기념해 열린 ‘역대 국수 초청 대국’에서 우승했다.
서 9단은 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스카이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전신(戰神)’ 조훈현 9단에게 200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고 우승컵을 안았다. 우승 상금 500만 원.
역대 국수 초청대국에서는 조남철 9단을 제외한 역대 국수 8명이 토너먼트로 대결을 펼쳤다.
서 9단은 “역대 국수들이 다 모인 대회에서 우승해 더욱 기쁘다”며 “반세기를 넘긴 국수전이 국내는 물론 세계 최대의 기전으로 발전하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승부의 향방=이번 결승전의 승패는 흑을 잡은 조 9단의 방심이 갈랐다. 서 9단은 초반 지나치게 실리를 추구하다가 우변에 방대한 흑의 세력을 허용했다. 중반까지는 흑이 덤을 줘도 3, 4집을 이기는 형세. 하지만 조 9단이 낙관하는 사이 서 9단은 백 136과 같은 기민한 끝내기로 흑집을 줄였고 중앙 흑의 두터움도 효과적으로 삭감하며 역전승을 거뒀다.
조 국수는 “중간까지는 잘 두었는데 끝내기에서 큰 손해를 봤다”며 아쉬워했다.
▽맞붙은 라이벌=조훈현-서봉수 두 국수가 결승전에서 맞붙은 것은 1995년 박카스배 이후 처음. 바둑 애호가들은 1980년대 도전기마다 만났던 라이벌의 대결을 다시 보게 됐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두 국수는 53세 동갑. 그러나 조 9단은 9세 입단→일본 유학→5단 획득 후 귀국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고 순수 국내파인 서 9단은 15세에 뒤늦게 바둑을 배워 17세에 입단했다. 조 9단의 별명은 ‘황제’이지만 서 9단은 ‘잡초류’로 불렸다.
1973년 백남배 본선 대국으로 시작된 두 사람의 대결 횟수는 지금까지 360국. 조 9단이 243승 117패로 우세하지만 2000년 이후엔 5승 5패로 백중세다. ▽오뚝이 서봉수=서 9단은 1972년 2단 시절 조남철 9단에게 명인 위를 따내 돌풍을 일으켰다. 그가 1986년 조훈현 9단을 3 대 0으로 누르고 30기 국수가 된 것은 한국 바둑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이었다. 한국 바둑의 법통을 잇는 국수전에서 일본 유학파가 아닌 첫 국수였기 때문. 그가 ‘된장 바둑’으로 불리는 이유다.
그는 쇠퇴기에 들어섰다고 여겨졌던 1993년 응씨배에서 우승했고 한동안 침묵하다가 1997년 진로배에서 9연승을 기록해 ‘불사조’라는 평가를 재확인시켰다.
그러나 1999년 LG정유배 우승 이후 그는 승부사로서, 개인으로서 긴 침체기를 겪었다. 지난해 29세 연하의 베트남 여성과 재혼한 그는 최근 ‘권갑룡 바둑도장’에 매일 나가 한국기원 연구생과 대결하며 승부 감각을 찾고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