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에서 무장단체에 피랍됐던 대우건설 박창암 과장의 부인이 9일 새벽 남편이 풀려났다는 소식을 듣고 막내아들과 함께 안도하며 기뻐하고 있다. 순천=연합뉴스
나이지리아 대우건설 공사 현장에서 일하다 무장괴한들에게 납치된 직원 5명이 피랍 약 40시간 만인 8일 오후 4시 20분경(현지 시간) 석방됐다는 소식을 접한 가족들은 일제히 가슴을 쓸어내렸다.
남편 박창암(44) 과장이 피랍된 이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부인 정모(38·전남 순천시) 씨는 막내 명훈(4) 군을 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정 씨는 “언론 보도를 통해 계속 석방 가능성은 보도됐지만 정작 석방되지는 않아 마음을 졸였다”며 “남편이 풀려나 너무 기쁘고 귀국하면 다시는 아프리카로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큰아들 명일(12) 군은 “이번에는 선물을 사오지 않아도 좋으니까 빨리 아빠가 왔으면 좋겠다”며 안도했다.
함께 피랍됐던 김상범(49) 과장의 가족들도 석방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끼리 안도의 포옹을 나눴다.
이들이 석방되기까지는 나이지리아 정부 외에 대우건설 현지사무소의 비공식 채널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0년대 초반 나이지리아에 진출한 대우건설은 피랍 사건 직후 현지 부족사회와 맺은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피랍 직원들의 안전 상태를 파악해 왔다.
피랍 직원들이 안전하며 납치범들로부터 아침 식사까지 제공받았다는 사실도 대우건설이 가장 먼저 파악해 외교통상부는 물론 국가정보원에 제공했다.
나이지리아는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지금도 부족국가 요소가 강한데 대우건설이 이런 특성을 잘 활용해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현지 인근 부족의 정보원을 통해 납치단체의 정체와 피랍 직원들의 안전 상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