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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 코스닥’ 폭락…근거없이 부풀더니 대책없이 꺼지더라

입력 | 2006-06-09 03:04:00


코스닥지수가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다. 올해 초 750 선을 넘어 승승장구하던 코스닥지수는 4월 중순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6월 들어 내리막의 기울기가 점점 더 급해지더니 7일에는 562.91로 마감하며 600 선마저 무너졌다.

최근 하락 폭은 거래소시장 코스피지수의 갑절을 넘는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7일까지 코스피지수가 5% 떨어지는 동안 코스닥지수는 12%나 하락했다.

지난해 코스닥지수의 연간 상승률은 84.52%로 세계 43개국 지수 가운데 최고였지만 올해 들어 7일까지는 ―19.79%로 최하위다.

최근 약세장은 전 세계 증시가 함께 겪는 현상. 그러나 극과 극을 오가는 코스닥지수의 변덕은 유별나다. 전문가들은 “구조적으로 워낙 약한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 지난해 왜 상승했나

코스닥시장 927개 등록기업 가운데 대부분은 소규모 벤처기업들이다. NHN과 아시아나항공 등 실적 기반이 탄탄한 회사는 일부에 불과하다.

이렇다 보니 기업 가치와 실적보다는 그때그때의 이벤트나 유행을 좇는 막연한 기대 심리가 주가의 흐름을 좌우한다.

8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주가 상승률 10위 안에 든 기업 가운데 흑자를 낸 기업은 3개에 불과했다.

실적이 나쁜데도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우회 등록이나 신기술 개발 소식 덕분이다.

기업에 투자된 자본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이는지를 나타내는 납입자본회전율(매출액을 납입자본금으로 나눈 것)을 살펴봐도 코스닥시장의 부실함이 드러난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납입자본회전율이 1 미만인 제조업체는 모두 87개였다.

1 미만의 납입자본회전율은 1000만 원을 투입한 회사가 1000만 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했다는 뜻이다. 이 정도라면 영업활동이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들 87개사 가운데 지난해 주가가 하락한 종목은 25개뿐이다. 최고 주가 상승률은 약 2800%로 형편없는 기업 실적과는 전혀 무관하게 주가가 움직인 것.

○ 하락 장기화 예상해야

투자 주체가 대부분 개인이라는 사실도 코스닥시장의 불안정성을 더하는 요인이다. 기관투자가의 손절매로 매물이 쏟아져 나올 때 그것을 받아 줄 안전판이 없어 하락에 가속도가 붙기 때문.

지난해 말 코스닥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61%로 거래소시장(18%)의 3배 이상이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코스닥시장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상당 기간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코스닥시장이 급등한 것은 기업 가치가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라 2002년부터 3년 동안 하락했기 때문”이라며 “근거 없이 치솟았던 주가 거품이 한꺼번에 빠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신동민 연구원은 “짧은 기간 워낙 큰 폭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550 선 정도에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심리를 호전시킬 계기가 얼마나 빨리 나타나느냐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