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갖는 게 소원이었던 이준희 찬희 형제.
"코너에서 조금 더 오른쪽으로 돌았어야 했는데…."
온라인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시합을 마친 이준희(11·경북 중앙초 5) 군은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 군의 자동차는 결승선 앞에서 멈췄다.
온게임넷의 게임 MC 허준 씨가 "새 컴퓨터가 생겼으니 연습하면 금세 실력이 늘 것"이라고 격려하자 이 군의 표정은 밝아졌다.
이 군은 갈수록 근육이 쇠퇴하는 희귀병인 진행성 근이영양증 환자. 초등학교 1학년 때 발병 진단을 받았으며 점차 다리에 힘이 없어져 3학년 때부터 휠체어를 타야 했다. 지금은 일어서거나 바닥을 기는 것조차 힘들어 휠체어에 겨우 몸을 기대고 있는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동생 찬희(6) 군마저 지난해 근이영양증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가 6년 전, 아버지가 3년 전 집을 나가 희귀병을 앓는 두 형제를 돌봐줄 사람은 할아버지와 할머니뿐이다. 기초생활보장 지원생계비와 고엽제 후유증에 대한 위로금으로 58만원을 받아 형제의 치료비와 약값 등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언제나 무겁다.
할아버지 이봉우(58) 씨는 "전국에 환자가 1500명뿐인 희귀병을 어떻게 두 형제가 동시에 걸릴 수 있느냐"며 "7~8년 전부터 고엽제 휴유증을 앓고 있는 데 내가 몹쓸 병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밖에 나가 친구들과 뛰어놀 수 없는 이 군은 학교에서 컴퓨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 좋아하는 게임은 자동차 경주 게임인 카트라이더. 이 군은 "게임을 하는 동안 아픔을 잊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하루 종일 방에서 지내는 이 군을 보다 못한 이 씨가 지난해 남들이 버린 컴퓨터를 주워왔다. 이 씨는 큰 맘 먹고 인터넷도 연결했지만 컴퓨터의 사양이 낮아 한두 게임만 하면 멈추기 일쑤였다. 그 때마다 이 군은 혼잣말로 "새 컴퓨터가 있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렸다.
7일 이 군은 소원을 이뤘다. ㈜한국야쿠르트의 '사랑의손길펴기회'가 주관하고 ㈜넥슨이 후원하며 '한국메이크어위시(Make-A-Wish)재단'과 본보가 함께하는 '꿈은 이루어진다' 행사는 이 군에게 노트북을 안겨줬다.
준희, 찬희 형제는 게임 개발자를 꿈꾸는 다른 학생들과 '카트라이더' 게임 대회도 갖고 카트라이더를 개발한 넥슨의 정영석(36) 개발 본부장과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넥슨의 김정주(38) 대표이사는 "오늘 몸이 불편한 아이들에게 게임이 보다 자유로운 세상을 보여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어린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게임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