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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생각하는 크레파스’

입력 | 2006-06-10 03:00:00


◇ 생각하는 크레파스/아크람 거셈푸르 지음/리써 자밀레 바르제스테 그림·김영연 옮김/총 30권·각 권 24∼36쪽·각 권 4900∼5900원/큰나(6세∼초등 1학년)

느릿느릿 걸으며 삶을 즐기던 거북이 있었다. “안녕, 햇님!” “안녕, 푸른 나무!”

어느 날 날쌘 토끼가 말했다. “거북아, 왜 빨리 가려고 애쓰지 않니? 달리기가 얼마나 즐거운지 알아?” 이제 거북은 세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거북이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딱따구리가 만들어 준 바퀴 달린 나무판을 타고 거북은 소원대로 토끼보다도 빠르게 달렸다.

모두를 앞지르며 쌩쌩 지나다 보니 더는 해님에게 인사할 여유도, 하늘을 쳐다볼 시간도 없었다. “어떻게 멈춰야 하는 거지?” 어쩔 줄 모르던 거북은 언덕을 만나서 겨우겨우 멈출 수 있었다. 거북은 다시 느릿느릿 걸을 수 있어 기뻤다….(‘행복한 거북’)

삶의 철학을 쉬운 그림과 이야기로 전달해 주는 그림 동화 시리즈인 ‘생각하는 크레파스’가 30권으로 완간됐다. 낱권 구입도 가능하다. 미국이나 서유럽 국가의 그림책이 다수인 그림책 시장에서 보기 드문 이란의 그림 동화다.

페르시아 문화의 예술적 상상력과 풍부한 감성 등을 엿볼 수 있다. 마치 아이가 그린 듯한 느낌을 주는 천진난만한 그림부터, 정감이 느껴지는 부드럽고 따뜻한 색감의 그림도 눈길을 끈다.

각 권이 24∼36쪽 분량의 짧은 동화지만, 책을 덮고 나면 한 가지씩 생각해 볼 내용을 담았다. 미소를 잃어버렸던 소녀 닐루화르가 책 속 그림들에게 미소를 그려 넣어준 뒤 비로소 자신의 미소를 되찾는 이야기(‘닐루화르의 미소’), 늘 남과 다르게 사물을 보고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리다가 미술 선생님한테 그림 솜씨가 뒤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결국 독창성으로 성공하는 소년 이야기(‘미술 선생님과 화가’) 등도 눈길을 끈다. 2004년과 2006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어린이 책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인 라가치상을 수상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