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월드컵 한국 대 토고전(13일)을 앞두고 지방자치단체가 거리 응원전을 잇달아 취소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을 이용해 응원전을 펼칠 경우 ‘공공 시청(public viewing)’이라는 명목으로, 회당 55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의 중계권료를 내야 하는데다 무대 설치 등의 부대비용까지 감안하면 1000만 원이 넘는 돈이 들기 때문.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에 따르면 경기장 밖의 공공장소에서 2명 이상이 모인 가운데 경기를 방송하려면 사전에 FIFA로부터 공공시청권 허가를 얻어야 한다.
월드컵 국내 중계권을 2500만 달러(약 236억 원)에 구입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방송협회(회원사 KBS, MBC, SBS)는 월드컵 경기를 장외에서 집단으로 시청할 경우 500만∼5000만 원을 내고 방송권을 구매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남 담양군은 한국과 토고, 프랑스(19일), 스위스(24일)와의 경기 때 예정했던 군민회관에서의 단체 응원 계획을 최근 취소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심야와 새벽 시간대에 열리는 경기를 500만 원이 넘는 중계료를 내면서까지 함께 모여 보는 것은 부담이 커서 포기했다”고 말했다.
경남의 한 지자체는 13일 체육공원에서 거리응원전을 개최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거리 응원전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나중에 중계권료가 청구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전남 강진군 관계자는 “군 단위 농어촌 지역의 소규모 응원에 대해서는 중계권료를 받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돌아 확인 중”이라며 “중계권료를 꼭 내야할 상황이라면 행사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경우 중계권료를 내지 않기 위해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와 공동으로 거리응원전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FIFA에서 월드컵 중계권을 사올 때 계약 조건에 FIFA의 지적재산권 보호가 포함돼 있다”며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거리 응원전에 중계권료를 받지 않을 경우 계약 위반이 된다”고 밝혔다.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