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화가 새롭게 조명 받는 요즘, 한국 독일 중국의 회화가 지닌 다양성을 엿볼 수 있는 전시들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그리다’ 전, 국제갤러리의 독일 작가 5인전 ‘Painting S(e)oul’, pkm갤러리의 중국 작가 6인전 ‘컨템퍼러리 차이나’는 이미지의 창조와 재현에서 회화가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게 하는 전시다.
세 전시를 보면 나라별로 개성이 드러난다. 국내 작가들의 그림에선 다양한 테크닉과 세련미가 느껴진다. 중국과 독일 화가들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것으로 유명하며, 중국 작품에서는 힘찬 에너지가, 독일 작가의 회화에서는 시각적 쾌감이 전해진다.
김홍주 김창영 고영훈 안성하 송영규 등 24명의 50여 점을 선보이는 ‘그리다’ 전은 7월 1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계속된다. 한국의 새로운 구상 회화를 조명한다는 의도 아래 사진이나 디지털 이미지가 흉내 내기 힘들 만큼 정밀한 형상의 재현에 뛰어난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970년대 국전풍의 구상 회화와 추상미술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극사실 계열의 작품부터 1980년대 민중미술 그림들, 1990년대 이후 재현의 의미를 다시 탐색하는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30여 년의 흐름을 되짚어 간다. 02-2124-8800
30일까지 국제갤러리 1층에서 열리는 독일 작가전은 에버하르트 하베코스트, 프랑크 니체, 타트야나 돌, 슬라보미르 엘스너, 토랄프 크노플로흐 등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주목받는 독일 출신 회화 작가 5명을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전시다. 뒤셀도르프 아카데미를 졸업한 타트야나 돌을 제외하면 구 동독 지역의 드레스덴 아카데미 출신이란 공통점이 있다. 섬세한 디테일과 그림의 기본을 갖춘 정통적인 회화의 묵직한 맛을 느낄 수 있다. 02-735-8449
서울 화동 pkm갤러리 1층 전시장에는 빡빡 깎은 머리에 군복 같은 느낌의 초록색 재킷을 입은 당당한 남자의 초상이 걸려 있다. 기운 찬 붓질이 돋보이는 이 그림은 중국 작가 정판쯔의 ‘자화상’. 7월 5일까지 이어지는 전시에는 정판쯔를 비롯해 중국 추상 회화의 1세대 작가인 딩이, 상하이 출신 인기 작가 주티에하이, 광고 이미지 같은 회화를 선보인 천웬보, 회색빛 도시 이미지를 세련되게 표현한 류웨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02-734-9467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