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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딩랩 ‘도심속의 벽화’가 되다…미관 살리고 광고효과

입력 | 2006-06-12 03:02:00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명물로 떠오른 동아미디어센터의 박지성 걸개그림. 구멍이 뚫린 ‘메시(망사)’ 소재로 만들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전영한 기자

월드컵 특수를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기업들이 빌딩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위부터 광화문우체국, 세종문화회관, 신한은행 광교지점, 하나은행 본점, 현대해상화재보험 사옥. 이훈구 기자


요즘 서울 종로구 세종로 사거리에 있는 동아미디어센터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건물 외벽에서 눈을 뗄 수 없다. 한국월드컵 대표팀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가 다이내믹한 슛을 날리고 있는 모습이 새겨진 초대형 걸개그림 때문이다.

가로 50m, 세로 62m의 크기로 동아미디어센터의 5층부터 19층까지를 뒤덮었다.

이 그림은 ‘메시(Mesh·망사)’라는 천으로 만들었다. 섬유 재질에 미세한 구멍이 있는 운동선수들 유니폼이 바로 이 소재다.

제작을 맡은 나이키코리아의 백은경 홍보팀장은 “42개의 천 조각에 그림을 인쇄하는 데 12일, 고주파 접합방식으로 조각들을 잇는 데 1주일 등 제작기간이 한 달 가까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동아미디어센터뿐 아니라 교보생명 신한은행 SK텔레콤 등 광화문 일대와 청계천 주변 빌딩에는 월드컵에 출전한 한국팀을 격려하는 내용의 래핑(Wrapping) 광고가 줄을 잇고 있다.

○TV 못지않은 광고 효과

래핑 광고는 건물의 벽이나 기둥, 자동차 차체의 겉면에 랩으로 싸듯 인쇄물을 입히는 광고기법이다. 이 가운데 빌딩 외벽에 종이, 천, 코팅물 등을 부착하는 게 바로 빌딩랩.

빌딩랩에는 4가지 종류가 있다. 가장 평범한 게 현수막이고 여기에 사용되는 천보다 강화된 재질이 잘 안 찢어지는 네코(NECO)다. 교보생명 등 광화문에 있는 래핑 광고는 거의 네코 소재다.

동아미디어센터에 걸린 메시 소재는 해상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네코와 달리 빌딩 안에서 밖을 볼 수 있고 고급스러운 게 장점이다. 실사(實寫)로 된 특수 필름도 있다.

빌딩랩 제작비는 재질과 크기에 따라 다르다. 네코는 m²당 4만∼5만 원, 메시는 4만5000∼5만5000원이다.

동아미디어센터의 메시 소재 빌딩랩은 제작비가 약 1억3000만 원, 삼성본관의 가로 33m, 세로 50m짜리 네코 소재 빌딩랩은 약 8000만 원이 들었다.

국내에는 한화미, 서인, 근도 등 10여 개의 메이저급 실사출력업체와 수십 군데의 중소업체가 래핑 광고 제작을 맡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부터 본격화

한국에서 빌딩벽을 이용한 래핑 광고가 시작된 건 언제부터일까.

광고업계에서는 프라임그룹이 서울 광진구 구의동의 높이 202m짜리 테크노마트 빌딩을 활용한 걸 시초로 보고 있다.

프라임그룹은 국민 단합 슬로건을 시리즈로 기획해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으랏차차’, 2000년 ‘새천년 세계중심민족’, 2001년 ‘서로를 받아들이자’에 이어 올해는 ‘대∼한민국!!’이란 문구를 빌딩에 넣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은 국내 래핑광고 본격화의 원년으로 꼽힌다.

당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빌딩 유리창에 1600장의 특수필름을 부착해 만든 KT의 폭 52m, 길이 130m짜리 빌딩랩은 화제를 모았고 그해 7월 기네스북에 올랐다.

2006 독일 월드컵을 계기로 다시 불어닥친 빌딩랩 붐은 앞으로 광고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일기획의 이행렬 SP미디어사업팀 국장은 “빌딩랩은 크기 제한을 받지 않아 노출 효과가 크고 임팩트가 강하다”며 “옥외광고물 관련 규제도 완화되고 있는 추세라 광고업계의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래핑 광고가 일반화된 홍콩과 일본 같은 곳에서는 빌딩랩이 도시 미관을 살리기도 한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