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11일 일본 자민당 납치문제대책본부장인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간사장대리가 방한 기간(12, 13일) 중 자신을 면담해 납치 문제를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힌 데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면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통일부 관계자는 “아이사와 간사장대리와의 만남 자체가 개인적인 인연을 고려한 비공개적이고 비공식적인 만남으로, 정식 의제가 있을 수 없는데도 일본 언론을 통해 (일본인) 납치 문제를 다루겠다고 말한 것은 외교적 관행과 신뢰를 명백히 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이사와 간사장대리 측의 해명이 없으면 부득불 면담이 성사되기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이에 대해 일본 측에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는 뜻을 전해 왔다”며 “통일부는 이것을 사과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측이 면담을 원할 경우 언론에 공개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공개사과 내용은 ‘이번 면담은 비공개적인 개인 면담이며 사전에 의제에 대해 전혀 협의된 바가 없다’는 내용을 담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와 역사 왜곡 등을 이유로 일본과의 경제·문화 분야 교류는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되 정치 분야의 고위직 교류는 신중하게 접근한다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