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코스타리카, 잉글랜드-파라과이, 아르헨티나-코트디부아르….
드디어 60억의 축제가 막이 올랐다. 얼마나 기다렸던 2006 독일 월드컵이던가. 첫 경기에서 6골이 폭발하면서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대회보다 축구팬들을 흥분시킬 것이란 느낌이 든다. 과연 이번엔 어떤 드라마가 팬들을 열광시킬 것인가.
월드컵을 보고 싶어 독일을 찾은 축구팬들이 호텔을 잡지 못해서 안달하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등장한다. 티켓을 구하지 못해 암표를 사려고 하는 사람도 많다. 온 국민이 축구에 미쳐 있는 브라질에서는 얼마 전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 월드컵 기간 TV를 볼 수 없는 것에 항의하여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일본에서는 월드컵을 관전하기 위해 회사에 낸 휴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사표를 내고 독일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월드컵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월드컵은 축구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월드컵을 보고 흥분과 감동을 느끼는 것은 어떤 틀에 맞추어진 것이 아니다. 축구란 마법에 걸려 자연스럽게 열광하는 것이다.
국내 공중파 방송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저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서 지명도 있는 축구해설자를 영입하여 시청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월드컵의 또 다른 재미는 그라운드에서의 선수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숙소에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다. 라커룸에서는 어떤 분위기일까를 궁금해하는 축구팬도 많을 것이다.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 브라질 축구대표팀 라커룸 분위기를 한 브라질 방송에서 방영한 것을 본 적이 있다. 호나우지뉴를 중심으로 한판의 마당놀이를 하는 것처럼 음악을 틀어 놓고 북을 치면서 라커룸을 시끌벅적하게 하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한바탕 놀다가도 막상 경기가 시작되면 선수들은 각자 얼굴에 성호를 긋고 하늘을 향해 손짓하며 신에게 기도한 뒤 축구에 집중한다. 우리 축구 문화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일이다. 이런 모습이 필자를 감동시킨다. 브라질 선수들의 축구를 즐기는 자세, 그리고 승부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 이게 진정한 축구인의 자세가 아닐까.
우리의 축구 문화를 볼 때 지금 독일 현지에서 훈련하고 있는 태극전사들은 13일 토고전을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을 게 분명하다. 선수들에게 월드컵은 피를 말리는 승부의 장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승부에만 집착하다 보면 축제인 월드컵을 즐길 수 없을 것이다.
후배들아, 마음 놓고 월드컵 분위기를 즐겨라. 그리고 토고 프랑스 스위스전에 최선을 다해라. 승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하라.
팬들이여, 태극전사들에게 응원의 갈채를 보내라. 그리고 승리에 환호하고 패배에도 실망하지 마라. 태극전사들을 통해 열광하며 한바탕 즐긴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물론 패배의 실망감은 클 것이다. 하지만 축구는 최선을 다하고 즐기는 것으로 끝나야 한다.
오이타 트리니타 선수육성 총괄부장
canonshooter1990@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