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한국대표팀 선수단이 이용하는 독일제 ‘세트라’ 버스 (점선 안에 세트라 로고). 독일 월드컵 자동차 부문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는 월드컵만을 위해 유럽 기준에 맞는 버스를 따로 만들기가 어려워 세트라 버스를 대여해 제공했다. 사진 제공 현대자동차
‘독일 월드컵 선수단이 이용하는 버스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자동차가 만들었다.’
맞을까 틀릴까. 정답은 ‘아니다’.
선수단이 이용하는 버스는 현대차가 아닌 독일차 ‘세트라(SETRA)’다. 현대차는 세트라 버스를 ‘대여’해서 월드컵 조직위원회에 제공했다.
엄연히 버스를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가 독일 월드컵 자동차 부문 독점 후원사라는 절호의 기회를 잡고도 왜 자사(自社)에서 만든 버스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세계 유명 축구 스타들에게 현대차의 성능을 확실히 보여 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인데 말이다.
속사정은 이렇다.
현대차는 현재 유럽에 버스를 수출하지 않고 있다.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자사에서 만든 버스를 제공하려면 부품 등을 모두 유럽 기준에 맞춰 새로 만들어야 한다. 현대차 측은 “이렇게 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드는 데다 제작 기간만도 4년 가까이 걸려 월드컵을 위해 따로 버스를 만들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눈물을 머금고’ 독일 현지에서 버스 250대를 빌려서 제공하게 된 것이다.
버스에는 월드컵 엠블럼과 함께 현대차 로고가 결합된 대형 스티커를 붙였다. 각국 대표팀 버스는 국기와 각 나라를 상징하는 색상으로 함께 장식했다.
어쨌든 현대차에서 만든 버스는 아니지만, 각국 선수단과 기자단, 조직위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은 버스를 탈 때마다 현대차 로고를 접하고 있어 이미지 제고에는 도움이 된다.
물론 버스 외 나머지 지원 차량 1000여 대는 모두 현대차에서 만든 에쿠스, 그랜저, 쏘나타, 싼타페 등 7개 모델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이번 행사에 버스와 승용차, 승합차 등 1250여 대를 비롯해 투싼 수소 연료전지차량 2대를 제공했다. 또 차량 고장에 대비해 베테랑 정비사 8명도 독일 현지로 파견했다.
이들은 정비 외에도 버스에 부착된 월드컵 엠블럼과 현대차 로고 위치가 규정에 맞는지, 다른 이상은 없는지 계속 확인해야 하는 임무를 하나 더 맡았다.
현대차는 월드컵 차량 제공과 관련된 비용만 모두 600억여 원을 썼다. 운전사, 차량 유지비 등은 모두 월드컵 조직위에서 부담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각국 신문과 방송에 현대차 로고가 수시로 나오고 있어 투입 비용 대비 최소 3, 4배 이상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