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사정권에 둘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다음 주에 이뤄질 수 있다고 외신들이 미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12일 보도했다.
이날 로이터와 AFP통신은 “북한의 시험발사 시점에 대해서는 일부 논란이 있지만 일부 관리는 발사가 다음 주쯤에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당국이 인공위성을 통해 미사일이 조립을 마쳤는지를 살피고 있다”며 “(액체) 연료는 한번 주입하면 다시 빼내는 것이 위험한 만큼 연료 주입이 확인된다면 실제 발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보도했다.
미 당국자가 거론한 북한의 ICBM은 대포동 2호(사거리 4300∼6000km), 또는 그 개량형(사거리 1만5000km)으로 1998년 8월 북한이 인공위성 광명성 1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려고 했을 때 쐈던 발사체(대포동 1호)보다 사거리가 크게 개선된 것이다.
대포동 1호는 2단 연료를 태우고 남은 잔해가 발사지점인 함경남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1646km 떨어진 태평양에 떨어지면서 일본 등 주변국에 안보 불안을 가중시킨 바 있다.
워싱턴 군사소식통은 “북한이 발사시험을 하더라도 1998년처럼 군사용 미사일이 아닌 민간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다”며 “이 경우 미사일보다 대북 비난 가능성을 낮추면서도 안보 불안이 크게 높아진다는 점에서 6자회담 등 대북 협상의 기본틀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 당국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징후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면서 “북측의 행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는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위성사진 등을 면밀히 분석해 본 결과) 기술적으로 한두 가지 징후가 있고, 쏠 수 있는 상황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동안 서방 언론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설을 여러 차례 보도했지만 실제 미사일이 발사되지 않은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2004년 9월 말 미 언론들은 “북한의 몇몇 미사일 기지에 병력과 차량, 미사일 기술자들이 집결하는 것이 포착됐다”며 발사 징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지만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았다.
또 같은 해 9월 12일에 미 언론들은 “북한 양강도에서 핵실험을 한 것 같다”고 소란을 벌였지만 결국 북측의 수력발전소 발파 작업이었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단거리 미사일 발사 징후는 서방 언론이 정확하게 예측한 경우. 당시 앤드루 카드 백악관 비서실장은 한 방송에 출연해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가 있었고 동해상에 떨어졌다”고 확인해 줬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