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강서구 염창동 한나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이재오 원내대표(왼쪽)가 북한의 한나라당 비난 발언을 강력히 비판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북한의 잇따른 악의적 발언에 대해 침묵을 지켜 오던 한나라당이 ‘폭발’했다.
한나라당은 13일 최근 안경호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장이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온 나라가 미국이 불 지른 전쟁의 화염에 휩싸이게 될 것”이라고 한 발언을 강력 비판하면서 북측의 사과와 정부의 공식 대응을 요구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해도 전쟁을 일으킬 리 없는데 그러면 북한이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지금까지 대북 관련 발언을 자제해 왔으나 더는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안 서기국장의 말은 북한 당국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며 북한의 발언 취소와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은 14일부터 열리는 6·15민족통일대축전에서 북한의 사과를 받아 내지 못할 경우 대표단 입국을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측의 이번 발언은 통일을 극단적으로 해치고 분단을 고착화하는 것”이라며 “김정일 정권은 (5·31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대한민국의 민심을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전에도 “한나라당은 인간의 면모도 갖추지 못한 인간쓰레기들”, “박근혜는 유신의 창녀”라는 등 극단적인 비난을 퍼부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지금까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북한의 공세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집권 저지’라는 전략적 목표하에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당국자도 “남북이 각종 회담을 통해 상호 내정간섭을 하지 않기로 하고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며 존중하기로 한 상황에서 북측이 그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적절치 않다”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