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에 원어민교사는 없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잘생긴 해병대 선생님이 있어요.”
주민 3000여 명이 사는 인천 강화군 교동도의 교동중학교 학생들은 매주 수, 목요일을 손꼽아 기다린다.
멋진 해병대 제복을 차려입은 해병이 학교를 찾아와 특별 영어수업을 무료로 진행하기 때문.
이 섬에는 중·고교생이 다닐만한 학원이 한군데도 없다. 원어민교사가 한 명도 없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해병대 청룡부대가 나섰다.
부대에 근무하는 해병 1만여 명 가운데 영어실력이 뛰어난 병사를 찾아 지난해 8, 10월 입대한 이준걸(22) 일병과 최웅식(24) 이병을 뽑았다.
독일 비텐베르크대학을 휴학한 이 일병은 미국과 러시아에서 11년간 유학해 영어와 러시아에 능통하다.
미국 보스턴대학을 졸업한 최 이병은 시민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자원입대해 해병대 군복을 입었다.
청룡부대가 두 해병을 방과 후 영어 수업 담당강사로 활용하도록 제의하자 교동중학교가 흔쾌히 응했다.
이들은 5월부터 매주 수, 목요일 오전 부대 정문을 나서 강화도에서 배를 타고 교동도에 들어간다.
학생 60여명을 2개 반으로 나눠 오후에 1시간씩 영어회화와 문법을 가르친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지만 유머를 섞어 가며 흥미를 유발해 수업 분위기가 늘 즐겁다. 숙제를 거르는 학생은 거의 없다.
영어수업을 듣는 2학년 조아람(14) 양은 “해병 오빠가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기 때문에 원어민교사에게 수업을 듣는 도심 학생이 전혀 부럽지 않다”며 “대학에 들어갈 때까지 가르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 이병은 “우리를 기다리는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면 피로가 싹 가신다”고 말했다.
청룡부대는 수업을 듣고 싶어 하는 학생이 늘어남에 따라 여름 방학 기간에 수업을 2시간으로 늘리기로 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