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는 이데올로기로 가득 차 있다.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특정한 틀 속에서 세계와 접촉하도록 만들어 그들의 의식과 행위를 특정한 방향으로 이끄는 바로 그 이데올로기 말이다. 그 이데올로기 속에서 우리는 스포츠의 중요성에 대한 관념을 내면화하고 자신의 몸을 그 관념에 적응시킨다. ―본문 중에서》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이 ‘대∼한민국’을 목이 터져라 외치는 붉은색 물결의 함성으로 다시 뒤덮이고 있다. 왜 우리는 스포츠에 열광해야만 하는가?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스포츠에 대한 사회적 열광이 개개인에게 이데올로기적 내면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통찰력 있게 지적한다. 마치 스포츠를 즐겨야만 하는, 혹 그렇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 미개인으로 취급받을 것만 같은 불안과 강박감이 드는 것처럼 말이다.
사회학자인 저자는 우리의 일상 가운데 느끼지 못하고 있는 스포츠에 대한 의식형태 즉, 숨겨진 이데올로기에 대하여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현대 스포츠의 발생적 근원으로서 학교체육의 건전성과 더불어 애국심, 협동심, 강건한 인재 양성, 아마추어리즘 등에 숨겨진 시대적 이데올로기들과 현대인들이 스포츠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리고 스포츠의 형태가 변화되는 과정에서 돈과 정치적 요소가 어떻게 개입되며, 이로 인하여 어떠한 결과를 낳았는지에 대하여 구체적이면서도 논리적인 해석을 제공한다.
예를 들자면, 아마추어리즘은 공정성에 대한 절대 복종심을 내면화하기 위한 수단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든가, 미국에서 축구의 인기가 낮은 이유는 광고 방송을 삽입하기 어려워 방송사들이 중계를 꺼리기 때문이라는 점, 그리고 농구 경기에서 감독들이 방송사의 요청에 따라 작전 시간을 요청하는 등 여러 가지 관점에서 스포츠 형태의 변화 경향과 숨은 의도 즉, 은폐된 이데올로기들을 드러내고 있다.
또한 저자는 사회 계층 간 스포츠 선호도에 대한 차이가 계층 간의 구별짓기 일환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 주면서 스포츠와 사회 계층 간의 상관관계를 설명한다. 한 예로 중산층이 왜 마라톤을 선호하며, 그들의 스포츠로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미국과 우리 사회를 분석해 가며 흥미롭게 해석해 준다.
결국 이 책에 따르면 스포츠는 정치 경제 계층 등 다양한 사회적 변수를 반영하는 ‘이데올로기의 복합체’다. 19세기 말부터 식민지를 둘러싼 강대국들 간의 경쟁 속에서 스포츠가 함양하는 강인한 체력은 부강한 국가의 형성에 기여하는 매력적인 자질로 장려됐다. 스포츠가 일상의 활동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관람 스포츠’의 발전이 이뤄졌다는 설명, 축구와 럭비의 분화에는 고르지 못했던 영국 공립학교의 운동장 사정이 반영됐다는 등의 ‘소소한’ 분석도 흥미롭다
저자는 우리에게 당부한다. 스포츠는 언어로서 복잡한 비유로 가득 차 있으며, 제대로 파악하지 못할 때 우리는 스포츠를 순수한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그 의미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등의 오해에 쉽게 빠지게 된다고. 그래서 스포츠 언어의 문법에 대해 좀 더 세밀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스포츠는 그냥 보고 즐기는 데서 그치기에는 너무 중요하고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은석 대구한의대 체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