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대학에 오나요?”
기말시험을 앞둔 한 전공과목의 마지막 수업시간. 그날의 강의를 마치며 교수님은 이렇게 학생들에게 종강사(?)의 운을 떼었다. 기말시험 정보를 기대하던 학생들은 1학년 첫 수업시간에나 들을 법한 질문을 받고 당황하는 기색. 선생님과 눈이 마주친 학생들은 쭈뼛쭈뼛 모기 소리로 웅얼댈 뿐이었다. 선생님은 곧 말을 이어갔다.
“대부분의 사람이 지식은 쌓는 것이라 생각하죠. 그렇게 지식이 하나 둘 쌓이면 결국 잘살 거라고. 그런데 축구에 대해 잘 안다고 축구를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훈련, 연습을 제대로 한 사람이 축구를 잘합니다. 대학생활을 잘하는 건 뭘까요? 공부 열심히 해 학점을 잘 따는 것뿐일까요? 지적 훈련과 연습을 잘하는 것 아닐까요. 이것을 학문의 지혜라고 부릅시다. 지식은 단순한 사실의 축적이지만 지혜는 훈련과 연습을 통해 몸에 밴, 삶에 필요한 기술입니다.”
강의를 마치며 선생님이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것은 교재 속 지식이 아닌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지혜였다. ‘딱딱하고 어려운 한국어 법칙을 논하는 국어학 선생님’이라는 나의 생각은 편견이었구나. 그때까지 다소 무뚝뚝하게 보였던 선생님의 제자들에 대한 애정과 안타까움을 새삼 발견했다.
그는 “혹자는 젊은 시절 최악의 상황이라고 느낄 군대 생활에서도 그것을 이기고 최선을 다해 생활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이 나중에 성공한다”는 말을 덧붙였다.
“자기 자신이 처한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최선의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합니다. 앞으로의 여러분 삶에서 아마 대학생활은 최선의 상황일 겁니다.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입니다.”
강의가 끝나고도 ‘지혜를 기르기 위해 최선’이라는 말이 머리를 맴돌았다. 도서관 열람실을 향했다. 책상 위에 펼쳐진 우리의 책과 연습장에서 지식을 발견한다. 나도, 내 옆의 학우도.
분주한 시험기간이다. 하지만 대학의 마지막 학년을 보내는 마음 한편은 허전하다. 남은 기간이 취업의 기술이 아닌 삶의 지혜를 마주하는 기쁨이 가득한 시간이 되기를 빈다.
홍해인 연세대 국문학과 4년 본보 대학생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