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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펀드 직접판매 ‘개인은 사절’

입력 | 2006-06-17 02:57:00


회사원 이은주(35) 씨는 얼마 전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자산운용사에 전화를 걸었다. 운용사에서 가입하면 은행이나 증권사보다 수수료가 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0여 곳에 전화를 걸어도 허사였다. 실제로 펀드를 파는 자산운용사를 찾을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펀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올해 1월부터 자산운용사의 펀드 직접 판매를 허용했다. 그러나 개인에게 펀드를 직접 파는 운용사는 아직 한 곳도 없다.

개인투자자들이 제도 변화로 기대했던 싼 수수료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개인가입은 불가능”

펀드를 만들고 고객의 돈을 굴리는 곳은 자산운용사다. 하지만 펀드에 가입하려는 사람은 은행이나 증권사를 찾아야 한다. 전국 영업망을 가진 은행과 증권사가 판매를 대행한다.

그러다 보니 펀드 투자자들은 운용사와 판매사에 각각 수수료를 내야 한다.

당초 운용사에서 펀드에 가입하면 수수료가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22개 자산운용사는 “개인에게 펀드를 직접 파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한다.

펀드에 가입하려면 영업점에서 실명 확인을 해야 한다. 자산운용사는 대부분 직원이 수십 명, 최대 160여 명에 불과해 영업점을 따로 갖추기 어렵다.

또 펀드 판매를 대행하는 은행과 증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일부 독립 자산운용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는 은행과 증권사의 계열사여서 굳이 직판할 이유가 없다.

농협CA투신운용 마케팅부 최준호 차장은 “직접 판매를 통해 개인고객의 수수료를 낮춘다는 취지는 처음부터 유명무실했다”며 “직판하기로 했던 운용사들은 기관투자가를 겨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기관들이 운용사 직판을 적극 이용하는 것도 아니다. 농협CA투신운용의 직판 실적은 1월 초 연기금이 투자했다가 2주 만에 환매한 것이 유일하다.

펀드 판매를 대행하는 은행과 증권사는 ‘큰손’인 기관의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수수료를 낮춰 주고 있다.

○“인터넷 실명 확인 허용하라”

자산운용사들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펀드 시대의 주체가 돼야 할 운용사들이 지난해 펀드 붐에 힘입어 큰 이익을 냈으면서도 투자자 편의와 시장 변화를 위한 활동은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지난해 4월부터 올 3월까지 1년 동안 번 순이익은 모두 1817억 원. 1년 전(254억 원)에 비해 7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펀드 직판이 활성화되려면 인터넷으로 실명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박원호 자산운용감독국장은 “기존 판매사의 압력 때문에 펀드 직판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며 “감독 당국이 규제를 풀 수는 있어도 시장을 의도적으로 활성화시킬 수는 없다”고 했다.

펀드 가입을 위한 인터넷 실명 확인 허용에 대해서는 보안 문제로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자산운용사 펀드 직접 판매에 대한 입장

 1월 (직판 제도 시행 직전)6월 (제도 시행 5개월 후)금융감독원“22개 자산운용사가 직접 판매한다. 운용사의 독립성이 강화되고 수익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개인에 대한 직판은 처음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기관 대상 직접 판매가 점점 활성화될 것이다.”자산운용업계“시장 수요를 짐작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직판 계획은 세우지 않았다. 비용에 비해 기대 수익이 크지 않다고 본다.”“개인 문의가 적지 않지만 가입이 불가능하다고 답할 수밖에 없다. 기관은 직판에 관심이 없다. 직판을 위해 마련한 전산시스템은 개점휴업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