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열린우리당 초선 의원들이 주최한 ‘5·31 선거 후 민심 수습을 위한 토론회’에선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개혁의 방향도, 우선순위도 잘못됐는데 민심에 눈을 감고 있었다” “친북(親北)·반미(反美)·언론법·사학법은 개혁이 아니다”는 지적에서부터 “국가 경영 능력이 없는데 또 집권하면 뭐 하겠나”라는 자탄까지 나왔다. 이들 역시 국정 파탄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겠지만 늦게나마 민심의 소재를 확인하고, 이에 충실한 국정운영을 주문했다는 점에서 구구절절이 새겨들어야 할 고언(苦言)들이다.
김근태 비상대책위원회 의장도 “그동안 국민의 한숨을 듣지 못했다”고 자성하면서 서민경제 회복에 총력을 기울이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정치를 펴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여당 안에서 부동산 및 세금 정책에 대한 재검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도 노 대통령은 수용은커녕 경청(傾聽)하려는 시늉조차 않고 있다. 오히려 국정운영의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임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다. 여당과 완전히 따로 놀며 어깃장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노이동풍(盧耳東風)’이란 신조어가 나올 만하다. 노 대통령은 21일에 하겠다던 임시국회 연설을 당이 “내용에 신경을 써 달라”고 주문하자 아예 취소해 버리기까지 했다는 보도다. 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지방선거 후 18·2%로 더욱 떨어진 것도 우연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당의 대응도 달라져야 한다. 주도적으로 잘못된 정책을 고치고 나라 분위기를 바꿈으로써 난국을 수습해 가야 한다. 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절반 또는 그 이상임이 확실한데도 대통령이 독선과 아집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열린우리당의 운명은 노 대통령의 ‘고장 난 시계’를 어떻게 버리느냐에 달렸다. 노 대통령의 탈당 문제는 이미 곁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