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는 바람소리, 새소리까지 생생하게 묘사하는 매우 사실적인 음악”이라고 말하는 최난경 씨. 이훈구 기자
“영화 ‘서편제’ 이후 판소리에 동편제, 서편제라는 유파가 전해져 온다는 것은 대부분 다 알죠. 그러나 구체적으로 뭐가 다른가 하면 사례를 들지 못해요. 명창들에게 물어봐도 대부분 ‘들어보면 다르다’는 식이죠.”
판소리 연구가 최난경(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연구교수) 씨가 판소리 유파의 특징을 실증적으로 분석 연구한 ‘동편제와 서편제 연구’(집문당)를 펴냈다.
최 씨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 유일하게 동편제 서편제 두 유파의 특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박녹주(1905∼1979)와 박초월(1917∼1983) 명창의 ‘흥부가’의 음악적 차이점을 세밀하게 분석했다.
동편제와 서편제는 섬진강을 경계로 동쪽과 서쪽에 전해져 온 판소리 유파.
‘동편제는 우조가 많고, 서편제는 계면조가 많다’(정노식) ‘동편제는 소리의 끝이 산으로 가고, 서편제는 소리 끝이 지하실로 간다’(박송희 명창) 등 구전되는 구분법을 실제 악보와 명창들의 발성법과 비교해 가며 검증했다.
최 씨는 “분석 결과 동편제에 우조가 많고, 서편제에는 계면조가 많다는 것은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씨는 또 이 책에서 판소리 명창들의 삶에 대해서도 기술했다.
특히 명창 박녹주가 23세(1927년) 때 조선극장에서 열린 팔도명창대회에 참가했다가 인촌 김성수 선생의 부친인 김경중 선생의 주선으로 송만갑의 수제자 김정문에게 판소리 수업을 받은 일화도 소개했다.
최 씨는 “육자배기와 흥타령의 ‘무정방초’를 좋아한 송진우와 심청가 가운데 ‘뺑덕이네’를 좋아한 김성수는 박녹주의 소리를 하도 많이 들어서 어느 정도 흉내도 낼 줄 알았다고 한다”며 “‘판소리 유파 발표회’를 꾸준히 개최해 온 동아일보는 일제강점기부터 판소리 후원과 보존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