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가 최근 서울 시내를 운행하는 버스 외부에 부착한 양파광고도안에 ‘올 여름 비키니를 입고 싶다면 양파를 먹자’라는 내용의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제공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
“올여름 비키니를 입고 싶다면 양파를 먹자.”
최근 서울의 시내버스 광고판에 양파 광고가 등장했다. 양파가 다이어트에 좋다는 점을 젊은 여성에게 감각적으로 알리기 위해 한국양파생산자협의회가 내건 광고다.
협의회는 서울 지하철에서도 15초짜리 양파 동영상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으로 예상되는 농산물 시장 개방을 앞두고 국내 농산물 생산자들이 상품 광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시장 개방을 피할 수 없다면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농산물 소비를 촉진하자는 판단에서다.
양돈업이나 낙농업 생산자들이 광고를 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으나 채소나 과일 생산자의 광고는 흔치 않았다.
한국참외생산자협의회는 5월 한 달 동안 케이블 방송 5개 채널을 통해 400차례나 참외 광고를 했다. 또 협의회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동영상 광고를 싣는 등 협의회가 확보한 농산물 자조금 4억7000만 원 가운데 60%가 넘는 3억 원을 광고비로 썼다.
농산물 자조금은 생산자가 자율적으로 조성한 기금에 정부 지원금을 더한 것으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에 근거해 2000년 도입됐다.
그동안 자조금은 농산물의 수급 조절이나 소비 촉진, 생산 농가 지원에 사용됐다.
토마토, 감귤, 화훼류 생산자협의회도 라디오와 케이블 채널, 지하철 광고를 통해 상품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해부터 5월 2일을 ‘오이데이’로 정하고 소비 촉진에 나섰던 한국오이생산자협의회는 그동안 예산이 없어 하지 못했던 라디오 광고를 다음 달 시작하기로 했다.
광고 효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참외를 파는 김근식(31) 씨는 “광고 효과로 판매량이 늘었다”며 “지난해보다 출하 물량이 더 많아졌지만 참외 값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의 토마토 판매상 방병철(46) 씨도 “TV 광고가 나간 뒤부터 가게를 찾는 손님이 20%가량 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서종혁(59) 선임연구원은 “시장 개방으로 한국의 농업도 이제 상업화 과정으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라며 “광고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은 시장 개방에 대비한 자구책의 하나로 바람직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신광영 기자 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