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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교선택권 확대 추진]3차례-6곳까지 지원 가능

입력 | 2006-06-17 03:02:00


서울시교육청이 거주지를 중심으로 근거리 배정하는 현행 학군제를 개선해 평준화제도하에서 학교 선택권을 부분적으로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해 주목된다.

시교육청은 이미 연구보고서를 마련해 교육인적자원부에 보고했으며 20일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학군 조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될 전망이다.

▽학군 조정 왜 나왔나=1974년 고교 평준화제도 도입 이후 특정 학군을 선호하는 현상이 계속됐지만 학군 내에서 학생을 강제 배정하는 제도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명문대 입학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강남 출신 학생의 대학 진학 실적이 높게 나타나면서 교육 양극화 문제가 제기됐고, 이는 곧 거주지에 따라 학생을 배정하는 현행 시스템을 허물어야 한다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참여정부 들어 정부 관계자들이 부동산 값 폭등의 원인을 잇달아 교육 문제로 지목한 것은 이런 논란에 불을 붙였다. 이에 따라 당정은 3월 29일 부동산 대책과 양극화 대책을 논의하면서 서울지역 학군을 광역화하는 방안을 공식 거론했다.

학군 조정의 방향은 대체로 두 가지. 첫째, 강남 부동산 값 상승의 원인이 강남과 강북의 교육 인프라 차이 때문인 만큼 강남학군을 아예 공동학군으로 만들어 강북지역 학생도 강남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둘째, 현재의 11개 학군을 4∼7개의 광역학군으로 만들어 학교 선택 기회를 넓혀 주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때는 5·31지방선거를 앞둔 예민한 시점인 데다 학군 광역화는 기득권층인 강남 지역민의 반발을 살 소지가 있자 당정은 일단 논의를 멈추고 시교육청의 용역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은 학군제 폐지를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의원 입법으로 발의했고, 한나라당 이군현 의원도 인접 학군을 묶는 학군 광역화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학교 배정 어떻게 되나=연구보고서가 제시한 개선 방안은 △단일학군-일반학군 각 2회 선택(1안) △중부학군(공동학군)-단일학군-일반학군 각 2회 선택(2안) △통합학군 3회 선택(3안) △일반학군-통합학군 각 2회 선택(4안) 등 4가지다.

1안은 서울지역 전체 고교 중에서 학생이 희망학교 2개교를 우선순위를 두고 적도록 해 1지망 학교에 10∼20%를 추첨 배정하고 정원을 못 채우면 2지망 학교로 배정하는 방식이다. 탈락한 학생들은 거주지 소속 학군의 희망학교 2개교에 정원의 20∼40%를 추첨 배정한다.

지원한 4개 학교에 모두 탈락한 학생들은 인접한 2개 학군을 묶은 통합학군 내에서 성적과 통학 거리 등을 고려해 추첨 배정한다.

2안은 1안 절차에 앞서 도심 반경 5km 이내 및 용산구 관내 37개교를 대상으로 한 현행 중부학군 학교 중 2개교에 우선 지원 기회를 준다. 도심 공동화에 따른 학생 부족 문제를 막기 위한 것인 만큼 꼭 지원할 필요는 없다. 중부학군에 지원하지 않거나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다시 1안의 절차를 밟게 된다.

시교육청은 2안이 도심 학교의 학생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어 가장 현실성 있게 검토하고 있다.

1, 2안은 강남 부동산 값 상승을 어느 정도 막는 효과가 있지만 평균 통학 거리가 멀어지고 선호학교 인근 학부모들의 반발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3안은 북부-동부, 강동-강남, 중부-남부 등 인접한 2개 학군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19개의 통합학군이 생긴다. 통합학군 내에서 3지망까지 쓰게 해 일정 비율로 정원을 채우고 3차까지 배정받지 못한 학생들은 성적과 통학 거리 등을 고려해 통합학군에 일괄 추첨 배정한다. 그러나 통합학군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4안은 거주지 소재 일반학군 및 통합학군의 희망학교 각 2개교를 지원하게 하는 방식이다. 일반학군 희망학교에 우선순위를 두고 지원하는 것으로 선호학교 인근 학부모의 반발은 가장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평균 통학 거리와 지원학교 탈락 학생의 통학 거리는 가장 짧을 것으로 보이지만 학교 선택권 확대 효과는 가장 작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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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기피학교 뚜렷해져 위화감 커질수도▼

서울의 일반계 고교 학생 배정 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평준화제도에 막힌 학생의 학교 선택 기회를 일부 보장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과학고 외국어고 국제고 자립형사립고 영재고 등 다양한 학교 가운데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지역 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학군 광역화의 주된 관심 지역이 강남이라는 점과 통학거리 등을 감안하면 서울단일학군, 통합학군 등의 개념을 도입해도 과연 학생의 지역 간 이동이 더 늘어날 것이냐는 의문이 그래서 제기된다.

서울시 전역을 대상으로 하는 단일학군을 보더라도 결국 통학이 가능한 학교를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원 학교는 인접한 지역 학교에 국한될 전망이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학생이 강남구 고교에 다닐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학교 간 학력차는 학교 탓도 있지만 학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SES)도 큰 영향을 주는데 이를 무시한 접근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정부가 전체 고교의 교육여건을 높이기 위한 노력보다 배정방식만 바꿀 경우 선호 학교와 기피 학교가 더 뚜렷해져 기피 학교 학생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이다.

통합학군을 어떤 학군끼리 묶을 것이냐도 어려운 과제다. 지역주민의 이해는 물론이고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강남의 경우 강동 성동 동작 중부교육청과 각각 묶는 4개안을 제시해 강남을 쪼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함께하는시민운동모임 김정명신 공동대표는 “왜 선호하고 기피하는 학교가 생겼는지 분석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제도만 바꾼다고 개선되기는 어렵다”며 “학교 수준을 상향 평준화할 수 있는 예산지원과 교육특성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 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