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딘 지단. 슈투트가르트=게티이미지 유로포토
유로2004(2004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프랑스-그리스 8강 후반전. 0-0 상황. 그리스는 시종 프랑스에 밀리고 있었다. 지네딘 지단, 티에리 앙리 등의 무차별 슈팅. 그리스는 바람 앞 등불처럼 위태위태했다. 하지만 그리스 선수들은 불굴의 투혼으로 이를 꿋꿋이 막아냈다.
후반 20분. 그리스의 주장 겸 중앙 미드필더 테오도로스 자고라키스가 볼을 잡았다. 그러고 전광석화처럼 최전방 앙겔로스 카리스테아스(191cm)를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카리스테아스는 기다렸다는 듯 그대로 헤딩슛을 날렸다. 골인. 그것은 단 한방의 ‘필살 독침’이었다. 그리스가 후반 45분 동안 날린 단 1개의 슛. 그리스의 극적인 1-0 승리였다.
프랑스 공격진 노쇠… 속도로 승부하라
그렇다. 그리스를 보면 프랑스전 답이 보인다. 그리스는 포백 아래 최종 스위퍼 1명을 더 두는 파이브백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수비와 미드필더 사이를 10m 이내까지 촘촘하게 좁혔다. 지단이 놀 땅을 처음부터 없애 버린 것이다. 그리스는 이것도 모자라 앙리를 맨투맨으로 물귀신처럼 따라붙었다. 이로 인해 허리와 공격진 사이의 공간이 멀어졌지만 이것은 자고라키스의 빠르고 정확한 롱패스 한방으로 해결했다. 결국 프랑스는 사이드 공격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밀집대형으로 기다리고 있다가 몸을 날리는 그리스 수비를 뚫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전술의 핵심은 수비 전환 속도. 그리스는 프랑스 공격수들이 중앙선을 넘기 전에 이미 8명이 2선을 유지한 채 대비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유로2004에서 정상적으로 플레이를 하는 팀에는 모두 이겼지만(표 참조) 밀집수비를 뚫는 데는 허둥댔다.
▼Active Center▼
네덜란드vs코트디부아르 주요 장면
아르헨티나vs세르비아몬테네그로 주요 장면
아르헨·네덜란드 16강 진출…E조 경기 안내
월드컵 D조 예선 멕시코-앙골라
월드컵 C조 예선 네덜란드-코트디부아르
월드컵 C조 예선 아르헨티나-세르비아
스웨덴vs파라과이 주요 장면
잉글랜드vs트리니다드토바고 주요 장면
에콰도르vs코스타리카 주요 장면
월드컵 B조 예선 스웨덴-파라과이
월드컵 B조 예선 잉글랜드-트리니다드토바고
월드컵 A조 예선 에콰도르-코스타리카
월드컵 A조 예선 독일-폴란드
독일vs폴란드 결승골 장면
튀니지-사우디아라비아 주요 장면
스페인-우크라이나 주요 장면
한국-토고, 짜릿한 골장면
호주-일본, 주요 득점 장면
앙리는 핏대… 밀착 수비로 괴롭혀라
프랑스의 시한폭탄은 누가 뭐래도 앙리다. 그는 육상 400m 허들선수 출신. 웬만한 태클은 장애물 넘듯 훌쩍 넘는다. 그가 탄력이 붙으면 아무도 못 막는다. 앙리가 질주할 공간을 처음부터 없애야 한다.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한다. 소위 ‘앙리 존(페널티지역 오른쪽 12∼15m)’도 그중 하나. 그 지역에서의 앙리 슛은 대부분 상대 골문 왼쪽 구석을 향한다. 그만큼 오른발 슛이 대부분이다. 그가 오른쪽으로 돌아서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앙리는 핏대다. 성질을 돋우면 흔들린다. 이번 스위스전이 끝나고도 후배에게 불만을 쏟아냈다. 지단과도 사이가 별로다. 그들은 지금까지 54번이나 함께 A매치를 뛰었지만 단 한 번도 지단의 패스를 받아 앙리가 골을 넣은 적이 없다. 잘 안 맞는 것이다. 송종국이 일단 앙리 루트를 끊어 줘야 한다.
몸싸움으로 지단의 무게중심 빼앗아라
지단은 김남일 몫이다. 지단의 최대 장점은 볼 키핑력이다. 공을 거의 뺏기지 않는다. 둘이 에워싸도 바늘구멍만 한 틈새로 기막힌 송곳패스를 찔러준다. 그래서 그가 공을 가지고 있을 때가 위험하다. 어디로 패스가 나갈지 모른다. 다른 선수 같으면 불가능할 것 같은 패스도 지단은 손쉽게 해낸다. 꼭 뒤에도 눈이 달린 것 같다. 지단이 패스를 정확히 할 수 없도록 몸싸움으로 그의 무게중심을 끝없이 흔들어 줘야 하는 이유다. 지단의 드리블은 예전만 못하다. 힘이 떨어져 잘 치고 나가지 못한다. 지단이 공을 잡았을 땐 그의 돌파보다는 2선에서 뛰어 들어오는 다른 선수를 염두에 둬야 한다.
김남일은 최전방으로 한방에 찔러주는 패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어쩌면 이 역할이 더 크다. 지단을 묶는 데만 신경 쓰면 침투패스가 안 나온다. 프랑스는 시간이 갈수록 초조하게 돼 있다. 그리스전처럼 후반 20분까지 골이 나지 않는다면 프랑스는 서두를 것이다. 제자리에서 꿈쩍 않던 포백과 클로드 마켈렐레-파트리크 비에라의 세계 최고 수비형 미드필더들도 더 앞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빈틈이 생긴다. 독침을 쏠 찬스다.
프랑스는 ‘무지개 연합팀’일 때가 가장 무섭다. 하지만 ‘지단의 팀’이 되면 별로다. 달빛이 너무 밝으면 별빛은 흐려지는 법. 이것이 바로 축구다.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유로2004 경기별 기록 (앞이 프랑스 기록)상대전적볼 점유율(%)슈팅패스 성공률(%)파울경고코너킥잉글랜드2-1 승54-4616-1179.4-77.216-172-35-2
크로아티아2-2 무46-548-1179.3-82.620-144-22-9스위스3-1 승53-4716-780.2-76.215-211-37-1그리스0-1 패55-4511-578.4-64.823-142-23-3
프랑스 독일 월드컵 1차전상대전적볼 점유율(%)슈팅파울경고코너킥스위스0-0 무51-499-718-183-54-1
2006 독일월드컵 멕시코 vs 앙골라
2006 독일월드컵 네덜란드 vs 코트디부아르
2006 독일월드컵 아르헨티나 vs 세르비아몬테네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