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행 티켓을 놓고 일전을 앞둔 한국과 프랑스가 잔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우선 한국은 ‘폭우’에서 ‘약간 흐림’으로 변한 일기예보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빠른 스피드를 자랑하는 프랑스와 물기를 머금은 잔디에서 경기를 할 경우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실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월드컵조직위원회 측에 경기에 앞서 잔디에 물을 주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프랑스는 스위스와의 경기가 끝나고 잔디가 지나치게 말라있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티에리 앙리(아스날)는 “잔디가 너무 건조해 다음 경기에는 물을 많이 뿌려달라”고 요청했고 레몽 도메네크 감독도 “경기장 상태가 건조해 공을 차도 공이 앞으로 나가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국 대표팀이 ‘축축한’ 잔디에 대비를 못한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 3년째 활약하고 있는 박지성은 대표팀 훈련에 합류하면서 “한국 그라운드가 마르고 뻣뻣한 반면 유럽잔디는 더 부드럽고 습기를 안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전했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지난달 중순부터 시작된 파주 NFC(대표팀 트레이닝센터) 소집훈련에서 잔디를 짧게 깎고 물을 뿌려서 볼 스피드를 빠르게 만들었다. 또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전지훈련에서도 물 먹은 잔디에 대한 적응훈련을 가졌다.
하지만 정작 칼자루를 쥔 곳은 각 경기장 관리사무소.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시작 5시간 전에는 그라운드에 물을 뿌릴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해오다 일부 유럽팀의 불만을 받아들여 경기장 관리사무소 재량에 따라 경기 시작 90분 전까지 물을 뿌려도 된다고 태도를 바꿨다.
지금까지의 일기예보와 현지시간으로 저녁 9시에 열리는 경기시간 등을 놓고 보면 경기 직전 호스가 들어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기철 스포츠동아 기자 tom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