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섹시…상큼…발랄…명품, 젊어진다

입력 | 2006-06-20 03:01:00

‘젊은 여성들을 공략하라.’ 중장년층 여성 고객을 주 타깃으로 하던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20, 30대 여성 고객들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명품 구두 브랜드 마놀로 블라닉 매장에서 젊은 여성들이 구두를 고르고 있다. 사진 제공 롯데백화점


《‘내 지미추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여기 샤넬 슈트에 대고 맹세해!’

이달 초 국내 베스트셀러 상위에 오른 미국 소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미국의 인기 시트콤 ‘섹스 앤드 더 시티’에서 각각 나오는 표현이다. 지미추는 미국의 명품(名品) 구두

브랜드로 섹시함과 최신 유행을, 샤넬 슈트(샤넬 정장)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을 상징한다. 한낱 물건에 지나지 않지만 지미추와 샤넬 슈트는 문학 작품과 드라마에서 최상급으로 격상됐다.》

인기 시트콤과 문학 작품에서 명품 브랜드를 사용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20, 30대들이다. 독자와 시청자들도 대부분 또래의 여성들로 주인공을 동경하면서 자연스럽게 명품 브랜드에 빠져든다고 한다.

최근 주요 명품 브랜드들은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20, 30대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은 잊어라

미국 고급 여성의류 센존은 50, 60대 여성들이 동창회에서 가장 입고 싶은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젊은 층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이런 센존이 최근 미국 섹시 스타 앤젤리나 졸리를 간판 모델로 내세우며 변신을 꾀하고 있다. 니트, 정장 위주에서 데님(청) 소재 의상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40대 이상 여성 고객이 주 타깃이던 에스까다, 미쏘니, 막스마라 등 의류 브랜드들도 비즈니스 라인을 신설하는 등 20, 30대 여성 고객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도 ‘젊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처음으로 천으로 만든 가방 ‘안티구아 컬렉션’을 선보였고, 올해부터는 브라질 출신 슈퍼모델 지젤 번천을 메인 모델로 쓰고 있다.

샤넬은 전통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감각을 추가한다는 전략이다.

○브랜드 선호 ‘잇걸’을 잡아라

명품 브랜드들이 미국 할리우드의 섹시 스타를 모델로 기용하는 것은 고루해진 브랜드 이미지를 떨쳐 내기 위해서다.

20, 30대 젊은 여성들이 명품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신선하고 감각적인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해외 명품을 구매하는 20, 30대 여성 고객은 2003년 38.7%에서 올해 들어 5월까지 42.7%로 증가했다.

올해 1∼5월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의 20대 여성고객 명품 구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늘었다.

20, 30대 여성들이 명품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른바 ‘잇걸(It girl·바로 그 여자)’ 현상 때문이다.

잇걸은 미국의 패션잡지 ‘보그’에 처음 등장한 신조어로 패션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여성을 뜻한다. 린제이 로한, 미샤 바턴 등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하는 신세대 할리우드 스타 등이 대표적인 잇걸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 김정희 과장은 “잇걸들이 입고 나온 옷, 가방은 금세 서울 동대문 패션상가에 ‘짝퉁’이 깔릴 만큼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신용호 바이어는 “잇걸들은 지미추, 끌로에 등 새로운 명품 브랜드를 선호한다”며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들도 젊은 고객을 잡기 위해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고 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