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을 지난 것 같다.’ 국내 증시가 지난주 후반 극적으로 반등하면서 증권가에서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6일 주가가 급등한 것이 분위기를 바꾼 결정적인 계기다.
단순히 주가가 올랐다는 점보다 그동안 증시를 짓눌렀던 초대형 악재인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가 어느 정도 불식됐다는 점이 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증시에서 바닥이 어디인지를 예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바닥이 한참 지난 뒤에야 ‘아, 그때가 바닥이었구나’ 하고 깨닫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미 바닥을 지났다 하더라도 ‘대략 그때가 바닥이었구나’ 하는 정도의 감을 최대한 빨리 느낄 수 있다면 투자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 많다.
○ 바닥 통과의 징후
지난주 후반 주가 급등이 ‘바닥 탈출의 징후’로 평가받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걱정이 어느 정도 무뎌졌다는 점.
돌이켜보면 지난달 초 지수가 1,500 선에 육박했다가 갑자기 하락세로 돌아선 가장 큰 이유가 미국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이 물가 상승에 대한 걱정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연일 털어놓은 것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인 원인이었다.
그런데 바로 이 악재가 지난주로 대충 마무리됐다. 버냉키 의장이 15일(현지 시간) “지금 물가는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한 것이다.
버냉키 의장은 있는 상황 그대로만을 이야기하는 직설 화법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 발언은 가감 없이 받아들일 만하다는 평가가 많다.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버냉키 의장의 발언으로 금리 인상 우려가 상당히 완화됐고 이 덕분에 국내 증시도 바닥을 통과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이 꼽았던 지수 마지노선인 1,200 선이 극적으로 지켜졌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한국투자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지수 1,200을 지켜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서 그 이하로 지수가 떨어질 우려가 크게 줄었다”고 평가했다.
○ 아직 남은 변수
그렇다고 위험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금리 인상 우려가 줄어든 대신 이번 주 국내 증시에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라는 돌발 변수가 생겼다. 또 중국 런민(人民)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높이는 등 긴축을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변수 때문에 설혹 지수 1,200 선이 바닥이었다 하더라도 증시가 빠르게 상승 추세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다만 북한 관련 변수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단기적인 충격은 될 수 있어도 근본적인 변수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교보증권 박석현 연구원은 “당분간 새롭게 부각된 변수들에 대해 증시가 탐색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지난주 시작된 반등 국면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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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