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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公, 부실자회사 ‘감싸기’ 논란

입력 | 2006-06-20 03:01:00


한국철도공사가 설립한 출자회사들에 대해 대폭적인 구조조정을 권고한 감사원 감사 결과와는 달리 소극적인 구조조정의 내용을 담고 있는 철도공사 용역보고서가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컨설팅 업체인 한국제이마크와 한울회계법인이 철도공사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출자회사 중 경영 상태가 열악한 브이캐시 등 일부 회사만 매각(청산) 혹은 통폐합하는 것으로 돼 있다.

철도공사는 용역 결과와 감사원의 지적을 일부 수용해 출자회사 개선안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본보가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서 19일 입수한 ‘철도공사 출자회사 구조조정(개편) 연구용역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전문성과 연관성을 중심으로 소그룹화(1안) △전략사업 단위별로 전문회사화(2안) △ 기존회사의 구조를 기반으로 효율적 경영을 위한 전략사업 단위의 이관 및 조정(3안) 등의 대안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현행 출자회사의 규모는 유지하되 경영 상태가 열악한 일부 회사를 정리해 공사 전체의 운영 효율성을 제고하는 3안을 유력 안으로 제시했다.

부분적으로 업무가 중복되는 출자회사라 하더라도 전략사업 단위 간에 경쟁과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감사원이 최근 감사 결과에서 철도공사(당시 철도청)가 2004년 출자회사를 무더기로 설립해 방만하게 운영한 데 따른 만성적자를 지적하며 한국철도통합지원센터 등 5곳은 매각(청산), 파발마 등 3곳은 통폐합을 권고한 것에 비하면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 말 현재 철도공사 출자회사의 적자 규모가 총 75억1900만 원에 이른다는 점이다. 2004년 총 64억5100만 원의 적자 규모보다 10억 원이 넘게 늘어났다.

감사원은 “2004년 당시 철도청이 공사로 바뀌면서 출자회사 설립 절차가 까다로워지는 점을 알고 서둘러 자회사를 만들면서 부실 자회사가 양산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보고서는 “부분적으로 감사원 권고 사항과 불일치하는 면이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인력 관리 등 조직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큰 틀에선 (용역 결과의) 방향대로 가겠지만 일부 생각이 다른 부분은 조정이 필요하다”며 “출자회사 대부분이 2004년에 설립하자마자 결산하게 됐고 노하우가 부족해 적자가 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철도공사가 퇴직한 공사 직원 등의 자리를 보전해 주기 위해 출자회사를 축소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감사원에 따르면 출자회사 임원의 80%가 철도청 출신 직원”이라며 “철도공사 측이 적자투성이 자회사를 계속 갖고 있겠다는 것은 공사 식구를 챙겨 주기 위한 임시방편이자 혈세 낭비”라고 비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