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카탈란(I’m Catalan·난 카탈루냐 사람이다).”
스페인 제2의 도시 바르셀로나에서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으면 이런 대답이 날아온다. “스페인 사람이다”라는 말을 듣기란 정말 쉽지 않다.
바르셀로나, 레리다, 타라고나, 헤로나 등 4개 주를 포함한 카탈루냐는 분명히 스페인 땅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카탈루냐의 역사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카탈루냐 주민들은 1936년 프랑코의 마드리드 정권에 의해 박탈당한 자치권을 41년 만인 1977년에야 간신히 되찾는다.
이후 줄곧 분리 독립을 주장해 왔다.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과는 종족과 언어는 물론이고 문화적 전통도 크게 달라 도저히 한 나라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에 비해 부유한 카탈루냐 주민들은 “왜 우리가 돈 벌어서 가난한 마드리드 놈들을 배부르게 하느냐?”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 거리에는 카탈루냐 기(旗)만 펄럭였다. 스페인 국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세계 3대 프로축구 리그인 프리메라리그를 보유한 스페인의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이 4강(1950년)에 불과한 것도 서로 앙숙인 카탈루냐(FC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레알 마드리드) 출신 선수들로 한 팀을 만들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올 정도다.
18일 카탈루냐에서는 스페인의 앞날을 좌지우지할 역사적인 주민투표가 실시됐다. 카탈루냐의 기존 자치권을 확대하는 법안이 75%에 가까운 지지율로 통과됐다. 2004년 집권한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의 선거공약에 따라 시작된 자치권 확대 계획이 마무리된 것이다.
카탈루냐는 이제 독자적인 사법권을 보장받고 더 많은 세수입과 함께 공항과 출입국 관리에 대한 감독권을 갖게 됐다. 유럽에서 가장 폭넓은 자치권을 행사하는 지역이 될 전망이다.
스페인의 제1야당인 국민당은 “법안 가운데 ‘카탈루냐의 권력은 카탈루냐 주민에게서 나온다’란 조항은 사실상 독립국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라면서 “이는 나라를 분열과 혼란으로 몰고 갈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법안을 주도한 사파테로 총리는 “그동안 스페인을 괴롭혀 온 지역갈등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바스크 분리 독립주의 단체 중 과격 테러를 일삼던 ‘에타’가 올해 초 모든 폭력 활동 포기를 선언한 것도 카탈루냐의 자치권 확대라는 평화적 해결책이 효과를 거둔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