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진이 설기현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으로 어시스트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연합뉴스
설기현이 동점골의 기폭제가 된 크로스를 올리고 있다. 라이프치히=연합뉴스
《프랑스전 기적 같은 박지성의 동점골을 낳은 조재진과 설기현. 그들은 누구인가.》
▼공중전 능한 ‘新황새’…극적 헤딩도움 조재진▼
“제가 가진 장점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몸짱’ 조재진은 185cm의 키로 현 대표팀 공격수 중 가장 크다. 한국은 신장이 큰 다른 경쟁국의 수비수들이 고공 플레이를 펼칠 때 애를 먹어 왔다. 조재진은 이들과의 몸싸움과 공중 볼 다툼에서 밀리지 않아야 한다는 특명을 받고 있다.
중앙 공격수인 조재진은 안정환(177cm)과 경쟁해 왔다. 두 선수의 대결구도는 월드컵 직전까지 안정환이 우위에 있었으나 이후 조재진이 맹추격해 토고와 프랑스전에서 잇달아 선발로 출전했다.
그는 늘 “정환이 형과 나는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서로의 장점을 발휘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말해 왔다. 자신의 스타일이란 바로 몸싸움과 공중 볼 다툼에 능하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프랑스전에서 미드필드진이 고전하자 수비라인에서 롱 킥을 날려 조재진의 머리를 겨냥하는 전술을 썼다. 조재진은 프랑스 수비수들을 등지고 자리를 굳건히 지키며 공중 패스를 받아냄으로써 전방에서 위치를 확보한 뒤 공격이나 패스를 하는 ‘포스트 플레이’를 비교적 잘 해냈다.
조재진은 어시스트 상황에 대해 “지성이 형인 줄 몰랐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우리 선수가 있다는 걸 봤고 떨어뜨려주면 되겠다 싶었다. 크로스가 길게 넘어 오면서 엔드라인 쪽으로 붙어 사각이 됐기 때문에 헤딩슛을 하더라도 골이 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문전을 보니까 우리 공격수가 딱 있더라”고 했다.
라이프치히=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위기에 빛난 ‘마당쇠’… 절묘한 크로스 설기현▼
“감독은 특별한 주문이 없었다. 서로 잘 아니까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설기현은 사흘 전 어머니 김영자(50·강원 강릉시 입암동) 씨와 마지막으로 통화를 했다. 아들은 걱정을 하는 어머니에게 “컨디션이 100%니까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라며 오히려 어머니를 달랬다. 그리고 약속을 지켰다.
“기현이가 토고전에 못 나왔고 프랑스전에서도 선발로 못 나와 착잡했다”는 김 씨는 “그런데 이렇게 멋지게 해내다니…. 장하다 내 아들”이라며 감격스러워했다.
이번 대회는 유난히 설기현과 어머니에게 힘들었기 때문에 감동도 더했다.
피부발진과 고열로 울버햄프턴에서는 장기간 출전을 하지 못했다. 지난달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는 ‘역주행’ 논란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1979년 강원 정선에서 태어난 설기현. 그는 아홉 살 때 아버지를 탄광 사고로 잃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는 네 형제를 홀로 키워야 했다. 강릉에서 포장마차도 하고, 막노동도 했다. 어머니는 설기현이 월드컵 스타가 된 뒤에도 시장에서 과일 장사를 계속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황소와 같은 우직함으로 ‘마이너리그’인 벨기에서부터 차근차근 축구인생을 걷고 있는 설기현.
그는 위기에 강한 남자다.
2002 한일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16강전에서도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려 한국을 구했다.
라이프치히=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