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팀을 상대로는 선(先)수비, 후(後)공격이 제격.’
딕 아드보카트 한국대표팀 감독의 전략은 토고에 이어 프랑스와의 경기에서도 제대로 들어맞았다. 먼저 수비를 두껍게 해 상대의 진을 뺀 뒤 후반에 파상 공세를 퍼붓는 전법으로 한국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는 것.
19일 프랑스전에서는 포백 수비라인과 미드필더 이을용 김남일 이호까지 7명이 전반 수비에 전념했다. 후반에는 이을용을 빼고 공격수 설기현을 투입했고 후반 27분엔 지친 이천수를 빼고 ‘조커’ 안정환을 내세워 프랑스 수비를 흔들었다. 노장인 클로드 마켈렐레(34)와 파트리크 비에라(31) 등이 주축인 프랑스는 급격한 체력 저하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은 후반 36분 박지성이 귀중한 동점골을 낚았다. 선수비, 후공격 전술이 성공한 셈이다.
스위스전에서는 어떤 전술이 통할까.
스위스는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스위스 시계 톱니바퀴’처럼 정교한 조직력이 장점. 프랑스가 지역예선에 이어 1차전에서도 빈틈을 찾지 못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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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서는 스위스를 가뿐히 이기고 조 1위로 16강에 진출하는 것이 최선이다. H조 1위팀을 피할 수 있기 때문.
스위스의 조직력은 강한 체력을 통한 압박과 짧고 정교한 패스를 통한 침투에서 나온다.
특히 수비진에서 낮고 강하게 연결한 공을 미드필더가 잡아 측면으로 내주고 다시 중앙으로 크로스하는 공격을 많이 사용하는 게 특징.
하지만 스위스도 약점은 있다. 황선홍 SBS 해설위원은 “스위스의 중앙 수비수 필리페 센데로스와 요한 주루가 정면은 강하지만 측면 수비에 문제가 있다”며 공략 포인트를 지적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 약점을 파고들 것이 예상된다. ‘아스널 콤비’인 두 장신 수비수를 정면으로 공략해서는 뚫기 힘들기 때문에 부지런히 측면으로 침투하면서 상대의 포백 수비를 흩뜨려 놓아야 한다.
스위스는 젊은 선수들인 만큼 아직 경험이 부족해 순식간에 흐트러지거나 경기 중 쉽게 흥분하는 경향도 있다.
황 위원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스위스전에서 스피드를 바탕으로 상대 포백이 앞으로 나왔을 때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허점을 노리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최후 승자는 누가 막판까지 버티느냐는 것. 최진한 전 대표팀 코치는 “스위스는 프랑스전에서도 개인기는 떨어지지만 체력과 조직력으로 경기를 압도했다”며 “한국과의 경기도 엄청난 체력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프치히=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스위스의 박지성’ 바르네타 크로스 위협적▼
스위스는 평균 나이 24.8세로 월드컵 본선 진출 국가 중에서 가장 젊은 팀이다. 그만큼 패기와 체력으로 똘똘 뭉쳐 있다.
▽트란퀼로 바르네타(21·레버쿠젠)=‘스위스의 박지성’이다. 중원에서 공격라인까지 활발한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휘젓는다. 지난해 세계청소년대회에서 비범한 기량을 선보여 야코프 쾨비 쿤 감독에게 발탁됐다. 오른쪽 측면 돌파가 전문. 특히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는 아주 정확해 ‘칼 크로스’라고 불린다. 프리킥 능력도 뛰어나 키커로 자주 나선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종횡무진 누비며 상대를 교란한다.
▽요한 포겔(29·AC밀란)=‘스위스의 김남일’이라 할 만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수비진과 중원을 연결하는 키 플레이어다. 그라운드 전체를 꿰뚫는 시야가 탁월하다. 포겔로부터 시작하는 미드필드 라인은 세계 정상급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드필드 후방에서 효율적인 수비를 펼치면서 동료가 돌파를 당하면 커버플레이를 하고 수비수가 오버래핑하면 뒤 공간을 덮어 주며 밸런스를 유지한다. 2004∼2005시즌 에인트호번에서 박지성 이영표와 함께 뛰며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을 함께 이끌었던 것이 우리에게는 ‘약’이자 ‘독’이기도 하다.
▽알렉산더 프라이(29·렌)=경계대상 1호. 타고난 골게터다. 유럽 예선 10경기에서 7골을 터뜨리는 골 감각을 자랑했다. 뛰어난 위치 선정과 반 박자 빠른 슈팅에 파워까지 더했다. 터닝슛 발리킥 등 슈팅테크닉도 최상급. 키는 179cm에 불과하지만 점프력이 좋아 헤딩슛의 위력도 좋다.
올해 2월 사타구니 부상을 입었지만 최근 대표팀에 복귀해서도 훌륭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드필드에서의 압박, 볼을 가진 상대와의 1 대 1 상황에서는 약점이 보인다.
▽필리페 센데로스(21·아스널)=이번 대회 유력한 최우수 신인상 후보로 스위스의 대표적 ‘영 건’이다.
지난해 3월 국가대표로 뽑힌 뒤 고속 성장했다. 191cm의 높이와 파워를 함께 지녔다. 공중 볼 헤딩 능력은 세계 정상급이며 과감한 태클로 상대 공격을 차단한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위치 선정 능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잔기술은 아직 부족한 편. 일대일 맞대결에서 승률이 높지 않다. 큰 키 때문인지 순발력도 약간 떨어져 돌아서서 하는 수비에는 약점이 있다. 정면 승부보다는 옆으로 파고들어 그의 뒤를 노릴 필요가 있다.
쾰른=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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