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긴 적은 없지만 수천 번이나 승리를 거뒀다. 나는 내 공포와 두려움, 의심, 나의 과거 그리고 내가 이겼다는 것을 느끼기 위해 다른 사람을 패자로 만들어야 할 나의 필요성에 맞서 이겼다…출발선에 서면 나는 다른 러너들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을 내가 승자가 되도록 도와주는 바로 그 사람들로 바라본다.―본문 중에서》
많은 달리기 책은 짧은 기간에 가장 빠르게 마라톤을 완주하여 자신의 기록을 단축할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이 책은 25년간 담배와 과음, 과식에 찌들었던 음악가가 43번째 생일 무렵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해 어떻게 두 다리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희열을 느낄 수 있는지를 설명해 준다. 특히 많은 마스터스 주자의 경험에서 나온 짤막한 교훈과 즐겁게 운동하기 위한 저자의 요점 정리는 다른 책에서 찾기 힘든 귀중한 자료다.
이 책을 읽으면 어째서 다 큰 어른들이 직업과 계절, 장소와 시간에 관계없이 달랑 달리기 복장과 신발만으로 어디든 달려 나가는지 그 진정한 이유를 이해할 수 있다. 속도나 강도에 신경을 쓰지 않고 천천히 달리며 달리기 자체에 집중하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지고 말로 형언할 수 없는 황홀경의 영적인 환희가 일어난다. 달리는 도중엔 시간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기 때문에 근심이나 후회, 고통이나 기대도 없어진다. 이런 평화로운 상태는 모든 것을 용서하고 따뜻한 애정으로 대할 수 있게 만든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체중, 콜레스테롤, 혈압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 달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냥 달리기가 좋은 것이다.
달리기를 통해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지키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는 인생의 법칙을 배운다. 달리기는 재미와 즐거움, 힘과 절제를 가르쳐 준다. 마라톤 대회의 후미에서 펭귄처럼 뒤뚱거리면서도 쉬지 않고 달리며 자신의 잠재력을 찾아내 진정으로 달리기를 즐기고 싶은 사람은 꼭 한번 읽어볼 필요가 있다.
대회에서 자신의 몸에 맞는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모르고 그냥 기분에 따라 달리다가 후반에 생고생을 한 쓰라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장거리 달리기에서는 항상 자신의 현재 달리는 속도에 집중해야 한다. 동료를 만났다고, 경쟁자를 만났다고 조금만 마음이 흐트러지면 그 틈새를 노리는 욕심의 저주를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마음을 비워야 몸에서 불필요한 힘이 사라지고, 불필요한 힘이 빠져야 몸의 균형이 잡혀 좋은 달리기 자세가 나오며, 그래야 경제적인 달리기가 가능해진다. 달리기는 항상 여유 있게, 자신의 능력 한도 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회에 나가면 “날씨가 안 좋네” “주로가 엉망이네” “급수대 위치가 잘못됐네” 하며 끊임없이 불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세상과 사람들에게 불평을 가지면 우리의 에너지는 더욱 고갈되고, 점점 더 달리고 싶은 의욕이나 동기가 사라진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몸의 지배자는 마음이다. 마음으로 정진하고, 몸으로 훈련하자. 마음이나 몸만으로 하는 달리기는 성공할 수 없다. 심신이 조화를 이룰 때 모든 인생살이를 해결할 열쇠를 받을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동윤 의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