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대우건설 본사 출입구에 대우건설 매각에 반대하는 이 회사 노조의 벽보가 나붙었다. 연합뉴스
대우건설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보류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0일 매각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따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매각심사소위가 시간이 부족하다는 견해를 밝힘에 따라 결정을 연기했다.
박영철(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매각심사소위에서 시간을 더 달라고 요청했고, 국민의 관심이 있는 사안인 만큼 시간을 갖고 심의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매각 작업을 맡고 있는 한국자산관리공사 이종진 홍보실장은 “보안 유지를 위해 대우건설 매각 건을 즉석 안건으로 상정했지만 매각심사소위가 시간이 부족하다며 재상정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박상용(연세대 교수) 공자위 매각심사소위 위원장은 “보안을 중시하다 보니 사실상 자산관리공사가 만든 안건을 매각심사소위가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며 “안건 자체에 논란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신중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자위 매각심사소위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위한 심의를 21일 재개하기로 했다.
공자위 정부균 사무국장은 “공자위 전체회의는 같은 날 열리지 않고 매각심사소위가 충분히 심의한 뒤 열릴 예정”이라며 “이번 주 안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발표까지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자위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양해각서(MOU)를 맺고 실사와 본 계약 협상을 거쳐 9월까지 매각 작업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공자위는 이날 자산관리공사가 마련한 평가기준을 토대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오후 3시 30분경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매각심사소위 위원들은 매각 과정에서 갑자기 추가된 평가기준을 문제 삼아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과정에서 추가된 평가기준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에 대한 ‘감점제’, 500억 원 이상 인수합병(M&A) 경험, 건설업체 보유 여부 등이다.
평가기준이 계속 추가되면서 ‘특정업체 밀어주기’, ‘내정설’ 등의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일부 위원은 이에 부담을 느껴 재심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심사소위에 이어 오후 2시 20분경 시작된 공자위 전체회의는 한 차례 정회를 하며 2시간 30분 넘게 계속됐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강만수(서울시정개발연구원장) 공자위원은 “시중에 나도는 소문과 비슷하게 결론이 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우연의 일치라는 것을 국민이 믿을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확실히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에서 시간을 갖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본 입찰에 참가한 5개 컨소시엄 가운데 가장 높은 인수가격인 6조6000억 원을 써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날 ‘대우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합병하지 않고 대우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대우건설 운영계획 보도 자료까지 만들었다.
공자위원들의 결정에는 19일 발표된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관여한 전현직 공직자들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으며 수사 결과에 따라 형사 책임까지 져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
이를 지켜본 공자위원들이 외환은행 매각을 거울삼아 ‘재검토’로 뜻을 모았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