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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홍기화]한미FTA, 외자유치 새 돌파구로

입력 | 2006-06-22 03:06:00


월드컵 열기와 함께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1차 공식협상이 종료됐다. 2차 협상은 7월 10∼14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지난 수개월간 다양한 의견 교환을 통해 단순 찬반 의견이 아닌 긍정적 효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피해 부문에 대한 효과적 대응책 마련으로 논의가 발전해 온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과의 FTA 체결은 단기적으로 우리 제조업과 농업의 구조 개편을 초래하겠지만 그보다 더 큰 의의는 선진 경제권과 교류 확대를 통한 선진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 촉진에 있다.

한미 FTA는 우리의 개방 의지를 대외에 과시하고, 추가적인 규제 완화, 투자자 보호장치를 시행함으로써 외국인투자 유치 확대와 산업구조 고도화에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당시 뼈아픈 구조조정 등 희생을 치렀지만 외국인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경제 시스템과 국가 경쟁력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활용한 바 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연간 150억 달러를 넘던 외국인투자 규모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03억 달러로 감소하며 정체현상을 빚고 있다. 경쟁국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외국인투자 유치 규모는 중국의 13%, 싱가포르의 46%에 불과하며(2004년 기준), 유엔은 우리나라의 ‘개방지수’를 32개 개도국 중 최하위권인 28위로 평가한 바 있다. 여기에 최근 론스타 사태 등으로 외국기업에 대한 부정적 측면만 부각되어 그나마 살아나던 외국인투자 유치 분위기가 얼어붙지 않을까 걱정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해외직접투자국으로 세계 직접투자의 31%를 점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2005년 27억 달러를 투자하는 등 최대 투자국 지위를 고수하고 있다.

한미 FTA 체결은 미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 유입 증대뿐 아니라 시장확대 효과에 따른 제3국으로부터의 투자 유치 증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멕시코의 경우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한 후 시장 개방과 투자자 보호장치 마련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투자 대상지로 변모한 바 있다.

NAFTA 전후 10년을 비교한 결과 멕시코의 외국인투자 유치 규모는 연평균 31억 달러에서 132억 달러로 증가했고, 외국인투자 유치 증가는 페소화 위기 극복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세계은행은 멕시코의 NAFTA 가입이 연간 40%의 외국인투자 유입 증대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했다.

이 밖에 2003년 미국과 FTA를 체결한 싱가포르, 칠레도 2년 만에 외국인투자 유치 규모가 각각 161억 달러, 76억 달러를 기록해 체결 전의 세 배 수준으로 급증한 바 있다.

물론 FTA를 체결한다고 외국인투자가 저절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국내 제도 개선과 개방정책 확대를 통해 투자가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기업은 투명한 회계기준 마련 등 외국기업에 대한 신뢰 제고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중국, 인도 등 후발 개도국의 추격과 생산의 자동화 국제화에 따른 ‘고용 없는 성장’의 우려 속에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미 FTA가 외국인투자 유치 확대에 돌파구를 마련해 우리 경제가 선진 산업구조로 올라서는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경제 주체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홍기화 KOTRA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