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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속으로]태극전사 뜨거운 심장 알프스인들 못녹이랴

입력 | 2006-06-22 03:06:00


프랑스 축구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는 8년 전 그들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끝났다. 하지만 그 자리에 계속 머물며 예전의 영광이 재현되기만 기다렸던 프랑스는 유럽의 중심에서 한국과 이런 경기를 할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라이프치히에서의 경기가 끝나고 밤 12시경 딕 아드보카트 한국 감독이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은 적절했다. “먼저 조촐한 자축연을 벌이자. 유럽에서 프랑스를 상대로 이런 결과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하지만 내일부터는 스위스에 집중해야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스위스를 이기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는 ‘야심가’지만 ‘떠버리’는 아니다. 그는 잘 알고 있다. 유럽에서 프랑스와의 무승부는 2002년 홈에서 승리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겨우 한 달간의 훈련으로 이를 성취한 것은 자축할 일이다.

첸트랄슈타디온의 관중석이 붉게 물든 것을 봤을 때 서울이나 부산, 광주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 익숙한 북소리와 ‘오 필승 코리아’ 구호가 프랑스 응원단을 압도했다.

엄청난 응원을 등에 업은 팀과 경기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프랑스는 선제골을 넣은 후 겨우 몇 초간 그 응원을 잠재울 수 있었다.

지네딘 지단, 릴리앙 튀랑, 파트리크 비에라, 클로드 마켈렐레의 시대는 확실히 저물고 있다. 이 중 3명은 한 번 은퇴했었다. 그들을 설득 끝에 복귀시킨 것이 잘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들 4인방은 경기 마지막 10분 동안 숨을 몰아쉬며 ‘붉은악마’의 파도가 끝없이 그들을 향해 몰아치는 것을 결코 보고 싶지 않았으리라.

보통의 팀이라면 포기했을 그 순간 한국 선수들은 불굴의 의지로 계속 나아갔다. 한국의 첫 유효 슈팅은 경기 시작 후 75분이나 지났을 때였다. 강적에 대항하여 군인처럼 전진하는 한국 선수들의 뜨거운 심장을 존경한다.

어떤 유럽 사람들은 한국이 4년 전에 거둔 성과를 엄청난 응원에서 찾는다. 어떤 이는 심판의 편파 판정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요일 밤 이 이유들은 설득력을 잃었다.

김남일이 지단의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모습에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지단의 이마에서 떨어진 땀방울이 김남일에게 튀었을 것이고 지단은 김치 냄새를 맡았을 것이다.

지단의 쇠락은 그렇다 치고 프랑스는 티에리 앙리에게 최고의 플레이를 끌어내는 법도 모르고 있다. 그가 한 골을 넣긴 했지만 아스널에선 그가 한 골을 넣은 것은 얘깃거리도 안 된다.

한국에는 운도 따랐다. 비에라의 헤딩슛은 골라인을 넘었던 것 같다. 하지만 멕시코 심판은 자신이 확신할 수 없는 것을 판정할 수 없었다. 4개의 TV 카메라가 다른 각도에서 그 장면을 잡았지만 카메라가 판정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디오 판독에 의한 판정을 반대한다. 럭비나 미식축구는 심판이 비디오 판독을 하자며 경기의 흐름을 끊고 있다. 프랑스가 승리의 기회를 날린 것은 심판이 골인을 무효로 판정했기 때문이 아니다. 한국 선수들이 결코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이 프랑스를 그렇게 몰아붙일 수 있었다면 스위스에도 그렇게 못하란 법이 없다. 그러니 계속 믿어라. 응원가를 불러라. 한국 선수들은 계속 뛸 것이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800@a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