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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공감]아름다운 죽음을 맞으려면…봉은사 웰다잉 체험교실

입력 | 2006-06-22 03:09:00


“죽음과 삶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죽음 준비는 삶의 시간이 제한돼 있음에 유념하면서 지금 자신이 살아가는 방식을 돌아보고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더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자는 것이지요.”

20일 낮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경내 보우당에서 웰다잉 체험교실 첫날 강의가 열렸다. 강의 주제는 ‘웰빙시대에 왜 웰다잉을 말하는가?’.

강사인 한림대 생사학연구소장 오진탁(불교철학) 교수는 “우리 사회에 불행한 모습으로 죽는 사람이 많은 것은 죽음을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평소에 죽음을 미리 준비해 갑자기 죽음이 찾아오더라도 편안히 맞을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죽음 준비는 삶을 이치에 맞게 살아보기 위해 임박해 있는 죽음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강의장은 120여 명의 참석자로 꽉 메워져 죽음 공부에 대한 열기를 반영했다. 주간반(매주 화요일 오후 1시 반∼3시 반)과 야간반(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반∼9시 반)으로 나눠 10주간 진행되는 체험교실 참가자들 가운데는 다른 사찰의 신자와 가톨릭 개신교 등 타종교 신자들이 80%를 넘었다. 이날 주간반에는 주부들이 90%를 차지했으며 간간이 50, 60대 남성들도 눈에 띄었다. 주부들은 친구들과 함께 오거나 남편 손을 붙잡고 참석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 서울대 서정선(분자생물학) 교수 등의 인터뷰 동영상을 보여주며 죽음이 철학적 종교적 생물학적으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지 설명했다. 달라이 라마는 동영상에서 “죽음은 낡은 옷을 새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라고 불교의 윤회설을 실감나게 표현해 불교 신자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오 교수는 또 대학에서 죽음 강좌를 시작할 때 설문조사를 해보면 자살 충동을 느낀다는 학생이 50% 가까이 되지만 강의 후 다시 조사하면 이 비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죽음강좌가 자살 예방에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살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 편안해질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삶과 죽음은 연결돼 있고, 자살은 더 큰 고통을 낳는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자들 중 이동현(60·동도컨설팅 대표·가톨릭 신자) 씨는 “내 나름대로 참되게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이 강의를 들은 뒤 죽음을 생각하며 앞으로 남은 생을 더욱 알차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