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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전에 빨간색 우의 좀 많이 만들어 놓을 걸…”

입력 | 2006-06-22 11:10:00

19일 새벽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은 한밤을 수놓은 붉은 물결.


“어디 빨간색 우의 없어요? 재고상품이 부족하면 만들어 팔수는 없나요?”

24일 새벽 4시 ‘대~한민국’의 월드컵 16강이 결정되는 운명의 스위스戰. 이날 전국적으로 장맛비가 내린다는 기상청의 예보가 나오자 우의를 판매하는 상점마다 빨간색 우의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고 있다.

빗속에서 붉은악마 티셔츠 대신 빨간색 우의를 입고 ‘길거리 응원’에 나서겠다는 것이 시민들의 생각. 경찰은 이날 큰 비가 오지 않는다면 전국에서 100만 명 이상이 거리응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빨간색 우의가 길거리 응원 필수 ‘아이템’으로 등장하면서 물건을 확보하기 위한 상인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지고 있다.

기업도 응원단과 시민들에게 홍보용으로 나눠줄 우의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지만 물건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누구보다 곤혹스러운 것은 우의 생산업체들.

모처럼 대박기회를 맞았으나 평소 잘 나가지 않는 색이라서 재고물량이 절대 부족하고, 원단을 구하기도 힘들어 추가 생산이 어렵기 때문이다.

▽빨간색 우의 대신 투명 비닐우의 불티 = 2006독일월드컵의 길거리 응원에서 빨간색 티셔츠와 발광 도깨비뿔은 필수이자 공인된 대박 응원상품. 여기에 스위스戰을 앞두고 돌발 변수로 등장한 것이 빨간색 우의.

회사원 이모(27ㆍ여ㆍ서울 종로구) 씨는 “스위스와의 경기가 마침 토요일 새벽이어서 비가와도 회사동료들하고 새벽 길거리 응원을 하기로 했다”며 “응원 때 입을 빨간색 우의를 사서 입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빨간색 우의를 구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21일 기자는 빨간색 우의를 사기 위해 서울 동대문과 남대문 일대 우의 판매점을 돌아다녔으나 구경조차 못했다. 상인들은 “빨간색 우의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남대문 시장에서 우의를 판매하는 김석준(50ㆍ남) 씨는 “스위스전에 앞서 빨간색 우의를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물건이 없다. 대신 투명 비닐우의가 잘 팔리고 있다”며 “15년간 장사를 했지만 이런 일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도매상을 운영하는 이희정(42ㆍ여) 씨도 “찾는 사람들은 있는데 제품이 있어야 팔지, 남대문시장 동대문시장 어디에서도 빨간색 우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빨간색 우의 대신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일회용 투명 비닐우의는 소매가가 1장당 900~1200원 선.

▽주문 문의는 ‘폭주’, 제품은 없어 = 생산업체는 빨간색 우의 주문 문의가 빗발치고 있지만 제품을 공급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갖고 있던 재고는 이미 동이 났고 새로 생산라인을 돌려 제품을 생산하는 것도 시일이 촉박해 불가능하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재고로 쌓여있던 2만장의 빨간색 우의는 순식간에 다 팔렸다”며 “기업과 상인들의 주문이 밀려들고 있지만 받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스위스전까지 물건을 생산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나선통상’ 관계자 역시 “주문은 많은데 물건이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재고로 가지고 있던 5000장만 팔았다”며 “이런 ‘대박’ 기회가 찾아올지는 상상도 못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명진우의’는 “작년에 가수 이효리 펜클럽에서 주문했던 빨간색 우의 재고 1만2000장만 팔았다”며 “아무리 빨라도 주문에서 생산까지는 한 달이 걸린다”고 했다.

▽서울광장 ‘응원전’ 진행은 =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과 광화문 일대의 거리응원 행사를 주관하는 SK텔레콤측은 장맛비 대비책을 세우느라 분주하다.

기상청 예보가 나오기는 했으나 아직 비가 내리는 지역과 강수량에 대한 상세한 예보가 없어 최종 결정을 미루고 있다.

SK텔레콤 홍보실 관계자는 “비가 오면 응원전도 문제지만 방송을 중계하는 대형 전광판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대비책을 논의 중”이라며 “시민들에게는 우의나 깔판 등을 나눠주고 서울광장 잔디를 비닐로 덮는 것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미국戰에서는 비가 오는 가운데 서울시청과 광화문 일대에서 뜨거운 거리응원전이 펼쳐진 바 있다.

구민회 동아닷컴 기자 dann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