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치 혀로 세상을 다스린다’는 말이 있다. 요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벤 버냉키 의장의 활약이 꼭 그런 모습이다. 그의 직설적 화법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FRB는 금리를 올리지 않고도 금리를 올린 효과를 얻고 있는 것.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 황금단 연구원은 “FRB가 버냉키 의장의 화법 덕에 금리 인상을 최소한 한 번은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버냉키 의장은 최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며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고 증시에서는 그의 미숙하고 직설적인 화법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황 연구원은 “버냉키 의장의 강경 발언으로 금리를 인상하지 않고도 물가가 안정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새로운 해석을 내놓았다.
실제 버냉키 의장의 강경 발언 이후 치솟던 국제 유가가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 버냉키 의장의 ‘협박’이 통한 셈이다. 또 지난해까지 급등한 신흥 증시의 과열도 거의 해소됐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베스트먼트(MSCI)지수에 포함돼 있는 신흥시장의 최근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9.8배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10.8배)보다 낮으며 2004년 말(9.6배)과 비슷한 수준.
황 연구원은 “FRB가 버냉키 의장의 직설적 화법으로 원하는 것을 상당히 얻었기 때문에 앞으로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을 계속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내다봤다.
이완배 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