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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춘화]세계가 인정한 ‘아동권리’ 국내법이 막아서야

입력 | 2006-06-23 03:01:00


유엔아동권리협약은 1959년 유엔에서 채택된 ‘아동권리선언’이 ‘선언’이라는 상징적 의미 이상을 가지지 못한 한계점을 극복하고자 제정되었다. 1989년 유엔은 아동권리협약을 만장일치로 채택했고, 이 협약은 1990년 9월 2일 세계 20개국 이상의 비준을 받아 국제법으로서 효력을 발생하게 되었다. 이로써 아동은 보호 대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권리의 주체가 되었다. 이 협약은 현재 한국을 포함한 192개국의 비준을 받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의 비준을 받은 국제법이 되었다.

우리 정부는 1990년 9월 25일 아동권리협약에 서명하고 1991년 12월 20일 정식으로 조약 당사국이 되었다. 이때 54개조의 본문 중에서 국내법에 저촉되는 일부 조항에 대해서는 유보하는 방식을 취했다. 유보한 조항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협약 제9조 3항에서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 한 부모 중 한쪽 혹은 양자로부터 분리된 경우 정기적으로 부모와 관계 및 접촉을 유지할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법(제837조의 2)에서는 부모의 면접교섭권만을 보장하고 있을 뿐 아동의 면접교섭권은 보장하지 않는다.

둘째, 협약 제21조 가호에서는 입양이 관계 당국의 허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민법(제871조)에서는 부모가 입양에 동의하면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 없고, 또한 제878조와 제881조에서는 호적법에 따른 신고만으로 입양이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셋째, 협약 제40조 2항 나호의 5에서는 아동의 범법 시 항소, 상고 및 재심 청구권을 보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헌법(제110조 4항)과 군사법원법(제534조)은 비상 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단심제를 인정한다.

이상과 같은 유보 조항에 대해 아동권리위원회는 그동안 대한민국 정부에 유보를 철회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협약 당사국이 된 지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관련법의 개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면접교섭권에 관한 사항은 정부가 협약의 일반 원칙인 ‘아동 최선의 이익 원칙’을 존중한다면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협약 비준 당시에는 우리 사회의 정서에 맞지 않았을지 몰라도 그 사이 민법의 많은 내용이 개정되었고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기 때문에 공감대 형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입양 부분도 마찬가지다. 아동에게 가장 적절한 사람이 양부모가 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또 비상계엄 시 군사재판에서의 단심제는 형법에 대한 특별법인 소년법을 통해 아동 범죄에 특별한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어 이 또한 예외조항을 두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의 사회 분위기는 이들 관련법을 개정하는 데 별 무리가 없을 만큼 충분히 성숙되어 있고 국민의 인권 의식도 높아졌다. 정부가 관심과 의지를 보인다면 세 가지 유보조항 모두 철회가 가능할 것이다.

이춘화 한국청소년개발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