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에서 분규가 일어나면 교육인적자원부는 관선이사를 파견한다. 일부 사립대 교직원은 분규를 일으켜 재단 이사장을 쫓아내고 학교 운영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기 위해 ‘관선이사 파견제도’를 악용했다.
대법원은 인천 경인여대 사건에서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 허위 사실을 유포해 학생을 선동하고 분규를 주동한 이 학교 교수 6명에게 업무방해, 폭력, 명예훼손죄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확정한 것이다. 반면 교수들의 고발(교비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 학교 설립자 백창기 씨와 김길자 전 학장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2000년 7월 교육부가 이 학교에 관선이사를 파견한 조치는 원천적으로 잘못이라는 결론이 났다.
기존 관선이사 제도가 일부 교직원의 학교 경영권 침탈 수단으로 악용되는 폐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7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사립학교법은 관선이사 파견 범위를 더 확대했다. 관선이사는 2년이던 임기 제한이 없어지고 급료까지 지급돼 친여(親與) 인사들의 인기 직업이 될 전망이다. 지금도 관선이사가 파견된 33개교 가운데 총장이나 이사장을 권력 주변 인사들이 맡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일단 이사 승인이 취소되면 복귀가 5년 뒤에나 가능하고, 더구나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기 때문에 관선이사 체제로 바뀐 사학은 기존 재단이 운영권을 되찾기 어렵다. 관선이사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활동해야 할 임시이사일 뿐인데도 경인여대는 6년이나 관선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개정 사학법이 시행되면 관선이사가 파견된 사학들은 ‘관변(官邊)학교’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어제 감사원은 22개 사립학교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비리 관련자 48명을 고발했다. 개정 사학법에 반발하는 사학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깔린 감사이긴 하지만 일부 사학에서 적지 않은 비리가 발견된 것은 유감이다. 몇몇 잘못된 사학 때문에 모든 사학이 자율권을 침탈당하고 악법에 시달려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