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허난 성 정저우 시 후이지 구청 청사 대문.
중국인들이 아방궁처럼 호화롭게 꾸며진 시골 구청의 청사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신화왕(新華網)과 써우후(搜狐) 등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는 누리꾼들의 성토가 20일부터 사흘째 이어지고 있다. 할 말도 꾹 참고 지내왔던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현대판 아방궁’=오리가 한가롭게 노니는 드넓은 호수, 잘 가꾼 잔디와 값비싼 관상수로 둘러싸인 최첨단 건물, 높이 10m의 거대한 인공폭포, 실내체육관만큼 크고 화려한 최신식 회의실.
선진국의 경관이 아니라 인구 20만 명의 허난(河南) 성 정저우(鄭州) 시 후이지(惠濟) 구청의 신축 청사 모습이다.
구청 간판이 걸린 높이 10m의 웅장한 대문을 지나면 왼쪽에 넓은 인공호수가 펼쳐진다. 청사로 가는 길에 최고급 석재로 운치 있게 꾸며진 아치형 돌다리가 놓여 있다. 크고 작은 건물의 연면적은 1만3600여 평, 조경용 잔디와 숲을 포함한 대지는 10만6000여 평에 이른다. 구청직원이 1000명가량 되니 한 사람이 100평씩 차지하는 셈이다.
구청은 7억 위안(약 840억 원)을 들여 2004년 5월 청사를 완공했다. 1년 재정이 2억 위안에 불과한 후이지 구청은 공사비 중 5억8000만 위안을 미지불한 상태.
▽누리꾼의 분노=논란은 지난달 말 한 누리꾼이 신축 청사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시작됐다. 처음에는 별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신화통신 기자가 이를 토대로 현장을 찾아가 취재한 기사를 20일 오전에 내보내면서 파문이 커졌다.
중국인들은 “세금을 이렇게 낭비할 수 있느냐”며 구청 공무원들을 맹비난하고 있다.
캐나다의 최대 도시로 인구 350만 명인 토론토 시의 단출한 청사와 후이지 구청의 호화청사를 비교하는 사진도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22일 오후 현재 써우후, 신화왕 등 주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누리꾼들의 비난성 댓글은 무려 5000여 건, 댓글을 읽은 사람은 20여만 명에 이른다.
아방궁 같은 청사 경관보다 누리꾼들이 더 놀란 것은 구청 간부의 해명. 한 간부는 “청사 신축은 주변의 경제발전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여러 부문의 사무실을 한곳으로 모아 구의 행정효율성이 높아진다”며 반박했다. 누리꾼들은 이런 건물이 상급기관 허가도 받지 않은 채 지어진 경위를 조사한 뒤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