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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협회 회원사 “신문법-언론피해구제법 언론자유 훼손”

입력 | 2006-06-23 03:01:00


신문법과 언론피해구제법의 위헌 여부를 가릴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29일)을 앞두고 한국신문협회(회장 장대환)가 22일 “관련 법률이 신문 제작과 경영에 정부의 간섭과 규제를 일상화해 언론 자유를 훼손하고 있다”는 요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전달했다.

신문협회에는 전국 48개 신문 통신사가 가입해 있다. 신문협회는 19일 이사회에서 협회 차원의 의견서를 내기로 한 뒤 각 회원사에 의견서 초안을 돌려 동의를 구했다. 신문협회 관계자는 “사설 등을 통해 신문법에 찬성하는 입장을 표명해 온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등도 의견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13쪽 분량의 의견서에서 “국가는 언론시장이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지 못할 경우에만 개입해야 한다”며 “불가피하게 개입할 때도 적절한 수단을 사용하는 등 ‘과잉 금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견서는 “독자는 자신의 세계관과 일치하는 신문을 구독해 알 권리를 충족함으로써 언론의 자유를 누린다”며 “국가의 개입은 독자의 선택권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을 때 이를 해소하는 선에 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현재 한국처럼 다양한 의견 전달이 가능한 언론 상황에서는 신문법을 제정하면서까지 국가가 개입할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

의견서는 또 언론피해구제법이 인격권에 우위를 두어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헌법적 가치인 언론 자유를 훼손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의 판례는 사인(私人)에 관한 흥미 위주의 보도에 대해서는 철저히 책임을 묻지만 공인에 관해서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정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니면 명예훼손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인데도 피해구제법이 언론의 면책범위는 일률적으로 축소하고 언론 피해의 구조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

▽신문법의 위헌성=신문협회는 “신문 산업의 시장지배적 사업자(17조) 기준을 공정거래법의 시장점유율 75%(3사 합계)보다 낮은 60%로 정한 것은 평등 원칙에 위배된다”며 “동아 조선 중앙 등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70% 내외로 추정되자 의도적으로 낮춘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협회는 편집권 독립과 관련해 “편집위원회를 노사 동수로 구성하게 하는 등(18조) 특정 집단이나 시민단체가 신문사의 논조를 바꿀 수 있게 한다면 이는 신문의 기능을 훼손할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한국 언론 2000년 보고서’에서도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는 법률에 의해 강요할 것이 아니라 개별 언론사의 소유 형태, 역사와 전통, 이념과 목표에 따라 자율적으로 찾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의견서는 또 신문법이 개별 신문사에 경영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한 것(16조)도 비판했다. 협회는 “신문사의 경영 영업상 비밀을 신고할 뿐 아니라 신고 내용을 모두 공표한다면 사회적 신용 유지를 위해 보호돼야 할 명예권과 자유시장 경제체제하에서 보호돼야 할 영업권이 모두 부당제재 당하는 것”이라며 “특히 신문사의 경영정보를 정부 소속 위원회가 검증 공개토록 한 것은 평등권의 침해”라고 주장했다.

의견서는 또 정부 기금으로 운영되는 신문발전위원회가 경영자료 신고를 받고 그 이행을 감시하는 역할(29조)을 할 경우 언론의 규제기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언론피해구제법의 위헌성=신문협회 의견서는 언론피해구제법의 시정 권고 조항(32조)이 “언론 보도에 대한 실질적 통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국가적 또는 사회적 법익이라는 광범위하고 불명확한 내용으로 시정 권고를 내릴 수 있는 데다 △피해자가 아닌 사람도 시정 권고를 신청할 수 있고 △언론중재위원회는 60일 이내에 그 처리 결과를 통지해야 하므로 특정 신문에 적대적인 단체가 신문을 공격하기 위해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 특히 언론중재위가 각 언론사에 시정 권고한 내용을 외부에 공표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언론의 명예를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견서는 ‘언론에 의한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 조항(제4조)에 대해서도 신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방송은 희소한 전파 자원을 사용하므로 국가가 허가를 해준 방송사에 대해 보도의 공정성을 요구할 수 있지만, 신문은 설립이 자유로운 사기업이며 논조를 갖는 경향 기업이므로 개별 신문사에 공정한 보도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또 정정보도 청구 시 언론사의 고의 과실이나 위법성을 요하지 아니한다는 규정(14조)과 관련해 “불법행위법상 본질적으로 요구되는 위법성 요건을 완전히 배제했다는 점에서 위헌적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

▼29일 최종결정 앞둔 헌재, 문안 손질▼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 보장 등에 관한 법률(신문법)’과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의 위헌 여부가 29일 판가름 난다.

헌법재판소(소장 윤영철)는 지난달 18일 이 사건 주심인 주선회 재판관을 비롯해 재판관 9명 전원이 참석하는 마지막 평의(評議)를 열었다.

헌재 결정 관행에 비춰 보면 마지막 평의를 마쳤다는 것은 재판관들이 ‘큰 틀’에서 합의된 의견을 도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평의를 마친 뒤 주심 재판관이 결정문 초안을 쓰지만 다른 재판관 8명이 여러 차례 초안을 회람하면서 다수 의견에 반한 소수 의견을 결정에 반영하는 것이 관례다.

동아일보사는 지난해 3월 23일 두 법률의 일부 조항들에 대해 헌법소원을 냈다. 이를 전후해 정인봉 변호사와 ㈜환경건설일보, 조선일보사도 두 법률에 대해 각각 별도의 헌법소원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언론전담 재판부인 민사합의25부는 올해 1월 29일 언론중재법 일부 조항에 대한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헌재는 이 사건들을 한데 합쳐 심리해 왔으며 올해 4월 6일과 25일 공개변론을 열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